매주 수업에서 나는 쪽글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글을 쓰게 한다. 그 대신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따로 보지는 않는다. 주로 다음 수업에 다룰 내용들을 미리 생각해보게 하거나, 그날 수업에서 다룬 얘기를 좀더 새겨보는 얘기들을 주제로 낸다. 최근에 ‘54세의 어느 황사 가득한 봄날’을 주제로 냈다. 수업의 주제는 자연현상 중에서 ‘늙어가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스스로도 그런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 아니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해놓고 나니, 나도 안 해본 생각들을 좀 하게 됐다. 과연 나는 그 시절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 30여년 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건강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장담할 수가 없다.
지금 20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10대 연구를 몇년간 좀 해서 10대는 약간 감이 오는데, 20대는 어렵다. <88만원 세대> 때 연구했던 그 20대는 이제 30대가 되었다. 그 시절과 가장 큰 차이라면, 결혼을 할 여지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20대와 그렇지 않은 20대가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제는 경제적인 요소가 문화 현상으로 굳어진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보수 진영에 투표하는 것이 또래 집단 내에서 금기시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은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정치적 경험이 있다. 서울에서 오세훈에게 투표하는 것이 민주당을 위해 더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들만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안에서도 지구환경 문제를 위해 뭔가를 하겠다거나, 사회적 경제를 위해 조금 더 지불해도 좋다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지지도는 매우 높다.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선호도는 매우 낮지만, 그보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열악한 드라마나 영화 스탭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다.
한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60대와 투표 패턴이 유사하게 나오는 20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나에게도 난제다. 나는 조심스럽게 20대에 대한 데이터를 조금씩 모아보는데, “20대는 이렇다”라고 신문마다 연신 분석 글이 나온다. 그걸 봐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청년의 절반 가까이가 솔로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사회, 미래가 아니라 현실 경제가 당장 격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혼자서도 극장에 갈까? 잘 안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