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가 인기다.’ 이 문장은 매우 진부하다. 떠오르는 콘텐츠는 아직 대중이 알기 전에 전해야 맛이 나는데 신문에서조차 잔뜩 소개되어 마치 트위터에서 시작된 밈(meme)이 공중파 TV의 광고에서 생애를 다하는 모습처럼 시의성을 잃어버린 듯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씨네21> 독자들이라면 트렌드세터이거나 혹은 트렌드보다 본인의 취향이 확고한 분들일 터이니 그 어느 쪽에도 진부한 문장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코너가 ‘디스토피아로부터’란 걸 생각하면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의미심장하다. 클럽하우스는 정책상 실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병기해놓아 그 사람에 대해 더 이해하거나 연락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도 그 연장선에 이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쉽게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을 ‘현생으로 복귀한다’며 ‘클생’과 ‘현생’을 분리해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롭다.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ENTJ or INTJ’같이 MBTI로 자신의 성향을 나타내는 글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애묘인’ 같은 간단한 설명도 있지만 ‘UX designer’나 ‘data scientist’같이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간단히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링크드인(LinkedIn)처럼 한 페이지를 훌쩍 넘어가도록 줄줄이 잔뜩 이력을 써놓은 글을 보면 알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한번 접어 두터워진 세일즈 전문가의 명함을 보는 것만 같다. 유독 ‘수익모델’에 대한 논의가 처음부터 활발한 것 역시 다른 SNS와 비교해 두드러진다. 최근 아침마다 전문 방송인들이 뉴스 브리핑 방을 열고 있다. 소속과 현직이 명기된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기 전에 사설 방송국을 열어서 기존 라디오의 청취자들에게 보부상처럼 다가서는 모습은 ‘현생’과 ‘클생’의 비빔밥처럼 보여진다.
누군가가 말한 대로 “커리어 빵빵한 고학력 고스펙에 말솜씨 현란한 셀럽”과 육성으로 대등하게 토론하며 비대면의 교류가 높은 차원으로 승화됨을 느끼다 의기투합한 그가 맞팔을 해올 때의 쾌감은 ‘클생’에서 나의 위상이 높아지는 보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이 팔로와 팔로워의 총량과 비중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인맥’이라는 ‘현생’의 비정한 단어가 ‘클생’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먹먹함의 벽이 다가오면, ‘현생’의 셀럽들이 ‘클생’에서도 자산을 가졌음을 느끼며 현타가 오기도 한다.
‘클생’과 ‘현생’의 교류와 접목은 어디까지일지 사뭇 궁금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코로나 블루 시대 훨씬 이전부터 공고해지는 ‘각자도생의 현생 디스토피아’를 탈출하고픈 우리의 정서가 클럽하우스에 열광하도록 만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우울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씨네21>의 기자들이 클럽하우스에 꽤 보여 반갑게 팔로했다는 사실로도 더욱 디스토피아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