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발매됐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노래는 <Respect>다. RM과 슈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리스펙트’란 단어가 요즘 남발되고 있어. 부디 존경을 쉽게 말하지 마.”이들의 문제의식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힙합 문화 안에서 리스펙트란 단어가 지닌 맥락을 떠올리면 그들의 결론에까지 동의하기는 어렵다. 래퍼들이 ‘리스펙트’를 외치는 광경을 본 적 있을 것이 다. 확실히 래퍼들은 이 단어를 습관적으로 입 밖에 낸다. 미국 흑인 남성의 사회경제적 처지 때문이다. 힙합 역사가 윌리엄 젤라니 콥은 이를 “흑인 남성의 무기력함이라는 흉터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조그마한 성취에도 최대한 큰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위험하고 가난한 동네에 태어나 빈손으로 시작해야 했던 그들은 리스펙트를 건네며 서로를 격려했다. 너도 나처럼 힘든 걸 안다고. 비록 밑바닥에서 출발했지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고. ‘너의 투쟁(struggle)을 나는 리스펙트해.’ 미국에선 이를 가리켜 ‘블랙 익스피리언스’(black experience)라 부른다고 필라델피아에 사는 흑인 친구 카이욘이 나에게 말해줬다. 영혼 없는 리스펙트는 물론 반대다. 하지만 더 많은 격려가 필요해 보이는 이 시대에 어쩌면 리스펙트란 남발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강처럼 흘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좋은 말은 좋은 기운을 줘서 좋은 걸 해내게 하니까. 힙합이야말로 그걸 앞장서서 증명해온 음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