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듣지 않은 노래가 듣고 싶었다. 며칠 마음이 쓰이는, 아니 마음이 쓰린 뉴스들이 온 나라를 뒤덮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 지면에 쓴 것처럼 음악을 들을 때는 나의 전문 분야와 다르게 많은 걸 생각지 않는다. 취향은 존재하나, 음악 스트리밍 웹사이트에 오른 음반 표지와 생경한 이름만으로 한번 달칵, 클릭한 후 새 음악에 도전한다. 올더스 하딩이라는 뉴질랜드 출신의 포크 싱어송라이터는 그렇게 알게 되었다.
세 번째 정규앨범 《Designer》는 2019년 4월에 발매되었다. 처음 올더스 하딩을 알게 된 곡은 싱글로 발매한 <The Barrel>이다. 잔잔하고 경쾌한 피아노 선율 위에 기타와 드럼을 더하고, 낮고 매력적인 음색으로 부른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Designer》에는 <The Barrel>을 포함한 9곡이 담겼다. 가사에 신경 쓰지 않고 음악만 음미한다면 편안한 기분으로 41분이 금세 흐른다. 하지만 가사를 곱씹으면 사랑과 삶과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이야기가 무수하게 튀어나와서, 활기찬 아침보다 조용한 새벽 공기 같은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노래를 반복해 듣다보니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뜬 배우이자 가수가 떠올랐다. 며칠 마음이 쓰린 이유였다. 그와는 오래전 함께 일한 기억이 있다. 온전히 남의 소식처럼 넘길 수는 없었다. 망망대해 건너편 생소한 포크 음악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홀로 조용히 그를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