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힙합/팝을 돌아볼 때 래퍼 주스 월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98년생인 그는 2018년 들어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의 두 번째 싱글 《Lucid Dreams》는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까지 올랐다. 현재 유튜브에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2억8천만회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당황할지도 모른다. 도무지 ‘훌륭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 노래는 지금껏 다른 뮤지션에 의해 수없이 샘플링된 스팅의 노래를 다시 샘플링했다. 별다른 독창성 없이 게으른 방식으로 또 사용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주스 월드의 랩 기술과 표현력 역시 평범하기만 하다. 물론 흥행과 완성도는 별개일 때가 많다. 하지만 훌륭함은 곧 매력과 연결되거늘, 이 노래는 모든 것이 평범하기만 하다. 2만9천원 주고 산 LP를 들으며 생각한다. 어째서 이 노래는 몇억명 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을까. 이리 뻔하고 평범한 노래가. 그러다가 문득 ‘공감’이나 ‘감성’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밈(meme, 비유전적 문화 요소)의 품에서 자란 이 세대는 분위기와 기분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공감의 정도가 곧 훌륭함의 척도인 세대가 아니던가. 아뿔싸, 주스 월드가 이모랩(Emo Rap) 장르 뮤지션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모션, 이모션! 이 노래는 마치 좋아요는 엄청나게 달리지만 (나에게는) 별다른 감흥 없던 인스타그램의 감성 글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새로운 세대를 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