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을 좋아한다. 특유의 중저음을 기반으로 하는 소리의 울림이 일단 좋고, 무엇보다 가사 전달력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은 가수다. 그가 규현과 함께 2016년에 발표한 <두 남자>를 예로 들어볼까. 이 곡의 전개는 우리가 발라드에서 기대하는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두 남자가 각자 이별을 겪었음을 알아보고는 담담한 톤으로 헤어짐을 노래하더니, 종국에는 슬픔을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식이다. 그러니까, 익숙한 형식의 곡임에 분명하지만 그 익숙함으로 일궈낸 성취가 탁월하기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노래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아주 잘 만들어진 장르(발라드)영화라고 할까. 박재정이 얼마 전 발표한 신곡 <가사> 역시 유사한 궤도를 맴도는 곡이다.
그렇다. 그는 여전히 자기 노래 안에서 자전하는 이별의 슬픔 속을 맴돈다. 모든 드라마가 끝난 뒤에야 찾아오는 슬픔을 노래한다. 바뀐 점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 곡은 그의 첫 자작곡이다. 또 <두 남자>에서는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곡의 결을 풍성하게 가져간 반면, <가사>에서는 오로지 피아노와 자기 목소리만으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어쩌면 발라드 가수가 취할 수 있는 최대치의 변화를 시도한 셈이다. 솔직히 <두 남자>나 <시력> 등에 필적할 만한 곡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의 꾸준한 미래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곡이라고 말하고 싶다. 발라드 가수의 생명은 역시 꾸준함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