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란 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낯 뜨거운 횡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나는 민정수석이 그토록 힘센 자리인 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기세등등하던 검사들도 떵떵거리던 기업가도 심지어 국정원 요직을 꿰찬 자들도 인사권력자 우병우 앞에선 귀여운 병아리였더군요.
‘이명박근혜’가 호령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벼랑으로 내몰렸으며, 독선과 폭력에 맞서 거리와 굴뚝과 감옥에서 얼마나 많은 나날을 견뎌야 했는지 조국 교수 당신은 알 것입니다. 당신은 권력의 오만에도, 고통받는 이들의 호소에도 눈길을 거두지 않던 학인이었으니까요.
우병우가 쫓겨난 자리에 당신이 섰습니다. 당신 스스로 선 것이 아니요, 대통령이 세워준 것도 아닌, 우리 사회를 더는 망칠 수 없다는 시민의 실천이 당신을 그 자리에 서게 했다는 것 또한 알고 계시겠죠.
당신과 두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이었습니다. 안보라는 명분으로 강행된 해군기지 건설이 오래된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당신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죠. 강동균 마을회장이 겪은 피눈물 나는 사연을 신문에 기고하셨습니다.
또 한번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였습니다. 노동자 김득중씨는 당선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고의 고통과 사회적 책임을 호소하기 위해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당신은 기꺼이 그의 후원회장을 맡았죠. 나는 강정포구에서 구럼비를 향해, 평택에서 해고노동자를 향해 사진 찍던 당신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여기 내가 찍은 당신의 모습을 보냅니다. 당신 사진기에 담긴 그늘의 풍경은 어땠나요.
그늘진 풍경이 당신에게 들려준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약한 이들에게만 가혹했던 국가와 관료의 얼굴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겨우 권력의 교체일 뿐 세상의 교체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죽음과 마을공동체의 파괴가 김대중, 노무현의 유산이기도 하다는 뼈아픈 사실을 잊지 마세요. 당신의 미래가, 내 기억에 담긴 당신의 과거를 짓밟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