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생겨난 4개의 종편은 광고시장을 교란할 것이다. 이들은 방송국을 운영하기 위해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중인데 이로 인해 광고시장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한국 미디어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전쟁이 펼쳐질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매체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격화될 것이란 얘기인데 <씨네21>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이 종편을 맞이하는 우리의 첫 번째 고민이다.
사실 모든 종편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너무 졸속으로 준비했고 제작 시스템이나 투자 규모도 기존 방송사에 비해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공중파는 고사하고 케이블의 절대강자인 CJ E&M의 상대가 되지도 않을 듯하다. 하지만 종편으로 옮겨간 스타급 프로듀서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몇몇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은 제작진이나 출연진의 면면으로 볼 때 수준 높은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두 번째 고민이 생긴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예능 등 영상문화 전반을 다루는 <씨네21> 입장에서 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딜레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싹 무시하고 싶지만 혹여 폭발적 인기를 얻거나 대단히 수준 높은 작품이 등장한다면 그냥 지나치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세 번째 고민은 더 어렵다. 그것은 연기자에 관한 것이다. 종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상당수 연기자가 영화에도 등장하고 예능프로그램의 연기자 또한 영화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가. 단지 그들이 종편과 관계됐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의 존재가치마저 무시할 수 있을까.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우리는 그동안 작품을 만든 이의 이념과 사상, 과거 전력이나 사생활에 구애받지 않고 텍스트 자체만으로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을 판단하고자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이 원칙을 지키고 싶지만 종편 출범은 이 원칙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