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밝았다. 새해의 포부나 계획을 떠올릴 때다. 2년 전 요맘때 신문을 만들며 ‘50인의 신년설계’라는 제목으로 기획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여한 어느 여성인사는(한국에서 가장 씩씩하게 열심히 살기로 유명한) “책 100권 읽기에 도전하겠다”고 썼다. 훌륭하고 본때난다. 한데 “그런 목표 아래 사는 건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신년계획이란 건 대개 진취적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혹시 앞의 가훈 같은 슬로건은 안되는 걸까. “2010년엔… 에라 모르겠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지르며 살자”쯤 되겠다. 나이가 들수록 “에라 모르겠다”는 말을 내뱉기가 힘들다. 철이 들지 말아야 한다. 철들기보다 철 안 들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다.
철이 안 든 대표적인 어른으로는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를 꼽을 만하다. 최근에 그의 책 <죽기 위해 사는 법>을 읽었다. 1993년 불의의 교통사고 직후 병원에서 여러 단상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의 책은 이상하다. 어떤 부분에선 인생에 대한 진한 통찰이 느껴지는데, 또 어떤 부분에선 어처구니가 없다. 윤리적인 말을 쏟아내다가 비윤리적인 걸 옹호하고, 평화주의자처럼 행세하다가 전쟁론자 티를 낸다. 한 지인은 “책의 반은 헛소리”라는 극언까지 했는데, 또 누군가는 “헛소리조차 귀엽다”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는 자세로 글을 마구 휘갈긴 건 아닐까? 아니다. 그는 천재다. 천재라서 불균질하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재밌으면 그만이지”라며 책을 덮었다. 내가 무책임하고 불건전한 걸까? 거참, 2010년 벽두부터… 에라 모르겠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