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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의 클로징] 나 모르게 벌어지는 나에 대한 범죄의 도시

이런 거리가 있다고 치자. 여기저기에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온갖 상인과 점포, 노점상, 거리 공연으로 넘쳐난다. 행인들도 북적인다. 시선을 끌기 위해 화려한 호객 행위를 일삼으면서 먹을 것을 파는데, 죄다 단맛과 짠맛 그리고 매운맛으로 범벅이 된 스낵류이다. 건강에 좋을 리는 없지만 입에는 짝짝 달라붙는 데다가, 조금씩만 맛보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도 별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개중에는 심각한 중독 성분이 들어간 싸구려 화학 제제도 사용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수록 소위 ‘핫플’로 뜨고, 여기저기 유사한 이름을 딴 거리들이 생겨난다. 그곳에 그런 것들이 있다는 걸 나는 알지만, 그런 맛과 분위기를 영 좋아하지 않아서, 게다가 그런 비즈니스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관련 업계 사람이기도 해서 그냥 없는 셈 친다.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데 가지 말라고 경고나 몇번 할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팔리는 식품에 우리 농장에서 재배된 작물을 가져다 쓰는 일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도둑질이다. 그나마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부위를 잘 발라서 사용하면 모를 텐데, 좋은 건 다 버리고 못 쓸 부위만 떼어다가 이상한 양념을 발라 몹쓸 음식으로 내놓는다. 그러고는 자기들의 상품을 후식으로 먹게 해준다. 애초에 이들의 음식 자체가 자극적이고 건강에 좋지 않지만 입에는 중독적인 음식인데, 우리 농장에서 재배된 작물을 도용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질 나쁜 음식과 비교하면 더 맛나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업주가 먹으라고 준 상품에 ‘엄지척’을 붙이며, 우리 농장에서 재배된 작물로 만든 음식에 욕설을 쏟아붓는다. “저따위 게 음식이라고?” 업주들은 신나서 독설을 더한다. “그 농장이 나름 품질에 자신이 있다길래 써봤는데, 엉망이네요. 정의구현 차원에서 그 진짜 맛을 소개해드리는 겁니다.” 욕설에 독설이 붙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그 거리는 또 한 차례 신나게 불타는 밤을 보낸다.

나는 그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애당초 그곳에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길 지나치던 사람이 그 광경을 목격한다. 그 점포들을 찾아가 몇개 맛을 보기도 한다. 우리 농장에서 재배한 작물로 만든 슴슴한 음식을 즐기던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런 사태를 농장과 회원들에게도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제야 나는 그 일을 알게 된다. 그러나 직접 그 거리로 찾아가보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재배한 작물이 도용되는 것은 화가 나지만, 난도질된 그것을 직접 맛을 보아가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거리는 너무나 융성하여 그곳에서 팔리는 음식을 놓고 퍼지는 입소문이 대중적 사실로서 각인되는 무시무시한 효과가 발생한다. 무시할 수 없다. 그 더러운 곳에 발을 담그지 않으면 실체에 접근할 수 없고, 설혹 그곳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들처럼 멱살잡이를 하며 욕설을 내뱉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멱살잡이는 필경 또 다른 입소문이 되어 저 거리를 채우고, 결국엔 그 도시 바깥으로까지 흘러나올 게 뻔하다.

가상의 도시를 놓고 알레고리를 썼다. 그 범죄 도시의 실상은 쇼츠와 릴스로 채워진 플랫폼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당신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