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25년 6월까지 약 420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6개월 동안 5천만명에 미치지 못했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반기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올해 1억 관객을 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04년 1억 관객을 돌파한 이후 21년 만에 1억 관객이 어려울지도 모를 상황에 직면했으니, 시계가 무려 20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코로나 직전 규모였던 2019년 2억2천만명은 고사하고 1억2천만명이 극장을 찾았던 2024년과 비교해도 30% 넘는 하락세라는 점이 오늘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든다. 어떤 산업에서도 전체 시장 규모가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면 산업의 기초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변화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질문을 앞두고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절반이나 줄어든 관객수를 원상 복귀시킬 방법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코로나 직후 2, 3년은 정상화될 때까지 버틴다는 선택지가 있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국가들의 영화산업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 영화산업은 그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특이한 경로로 접어든다.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바뀐 환경에 맞춰 빠르게 적응해버렸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1995년 이후 자리 잡았던 멀티플렉스 모델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이제 복합문화공간에 간 김에 영화를 보러 가는 시대는 지났다. 가족 단위 관객은 야구, 공연 등 다른 여가 생활로 빠르고 다양하게 이동 중이다.
다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는’ 시대가 ‘너무 빠르게’ 도래하니 몇 가지 문제가 생긴다. 관객들은 높아진 티켓값에 맞게 엄격한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고 요구한다. 자연스럽게 극장도 다양한 형태로 분화해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야 한다. 문제는 이 모든 변화가 대응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 5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젊은 관객들 사이에선 극장 경험이 낯설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극장의 주관객층은 30대, 40대, 50대로 고정되고 10대, 20대 관객에게 극장의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이건 당장 내년부터 극장에 걸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나는 극장영화가 철저히 익숙함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익숙함이 사라지고 문턱이 높아지면 당연히 그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다시 질문. 컵에 물이 반 남았을 때, 당신은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할 것인가. ‘반이나 남았다’고 할 것인가. 두 가지 입장 앞에서 우리는 도덕 교과서처럼 늘 ‘반이나 남았다’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입받아왔다. 진짜 그러한가. 반 토막난 극장 관객수를 ‘원래대로’ 회복시킬 것인가. 절반에 맞춰서 고객의 니즈를 다양화하고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분화할 것인가. 극장은 북적여야 한다. 영화는 함께 보는 것이고, 처음 극장을 간 관객들에겐 북적이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후자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물론 답은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니 미래는 의지의 문제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적응이 빠르다는 건 적응하지 못한 요소들이 빠르게 도태되고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적응’해버린 영화산업은 이제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