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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버스터 키턴을 향해 날아오른 사나이, 21세기에 불시착하다
송경원 2025-05-16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보통 2편은 존재감 없는 영화 취급을 당하지만 나는 <미션 임파서블2>(2000)도 나름 재미있게 봤다. 고백하자면 2편을 먼저 보고 나중에 화제가 됐던 1편을 찾아본 터라 나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우삼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2>는 성공한 후속편이 범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뢰를 성실히 밟아 터트린다. 오해할까봐 미리 밝혀두는데, 그 영화가 별로였다는 ‘평가’를 위해 이 말을 꺼낸게 아니다. 2편이야말로 속편과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산업 모델의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좋은 사례다.

오우삼의 <미션 임파서블2>는 스타일은 있되 야심이 없는 영화다. 1편과는 또 다른 위기가 등장하고 유능한 첩보요원이 사악한 악당의 음모를 분쇄한 뒤 사랑하는 사람까지 멋지게 구해낸다는, 안 보고도 쓸 수 있는 이야기. 평가는 시리즈 중 최악이었지만 성공한 1편의 속편인 만큼 흥행 성적은 좋았고(2000년 월드와이드 박스 오피스 1위) 눈이 즐거운 액션 시퀀스 또한 적지 않았다. 캐릭터를 멋지게 찍어준다는 풍문을 들은 톰 크루즈가 직접 오우삼 감독을 모셔온 만큼 에단 헌트=톰 크루즈도 한껏 멋들어지게 나온다. 문제는 이 영화의 뒤가 없다는 거였다. 2편은 1편의 흥행세를 온전히 받아먹은 대신 3편으로 가는 다리를 태워 먹었다. 넘버링 시리즈가 늘 그러하듯, 오직 지금의 흥행만 생각한 결과물이었던 만큼 밑그림 같은 건 없었다. 오직 캐릭터만이 남았고, 사실 그거면 충분했다.

<미션 임파서블>이 제대로 된 시리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J. J. 에이브럼스가 메가폰을 잡은 3편(2006)부터다. 고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열연한 오웬 데이비언은 문자 그대로 ‘제대로 된’ 악당이다. 물론 캐릭터 자체의 매력보다는 배우의 아우라 덕분에 가능한 존재감이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매력적인 악역의 등장은 거꾸로 기능적이고 공허했던 캐릭터 에단 헌트를 완성시켰다. 빌런 캐릭터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고 히스 레저 배우의) 조커 선생의 인사이트를 빌리자면 ‘누구를 상대하는지가 곧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체성을 완성시키는’ 열쇠였던 셈이다. 덕분에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빌런(혹은 위기)은 계속 바뀌었지만 고정 좌표로 거듭난 에단 헌트는 불변의 영생을 얻는다. 이것이야 말로 에단 헌트(라고 쓰고 톰 크루즈라고 읽어 마땅한)의 <미션 임파서블>이 20세기 최후의 시리즈로서 21세기에 저항해온 방식이다.

더이상 시리즈 넘버링을 달지 않는 4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이후 에단 헌트와 한몸이 되어버린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 시네마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CG와 디지털영화에 저항하여 몸의 영화를 스크린에 새기고 있는 톰 크루즈의 그림자에서 스턴트 액션의 대가이자 위대한 무성영화인 버스터 키턴이 아른거린다. 어느덧 <미션 임파서블>의 8번째 영화가 돌아왔다. 솔직히 이제 내용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다만 톰 크루즈가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세월에, 시대에 저항할지는 궁금하다. 당연한 듯 개봉하고, 당연한 듯 방한하고, 당연한 듯 흥행하는, 이 당연함들이 실은 당연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이 기적 같은 당연함이 가능한 한 오래 이어 지는 미래를 은밀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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