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모두 삼고초려의 자세로 섭외를 해야 한다! 거절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두번 세번 설득 또 설득을….” 거듭된 거절에 약간의 위기의식이 찾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드라마 작가 인터뷰 원이슈 특집호를 준비하는 비장한 각오가 기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삼고초려라는 단어까지 쓰고 말았다. 급하긴 급했나보다.
“섭외되셨나요?” “아직 답 기다리고 있어요.” “결국 거절하셨어요. ㅠㅠ” “최종 거절인가요?” “네, 새 작업에 들어가서 도무지 시간이 안 난대요.” <한겨레21>의 황예랑 편집장과 수시로 나눈 대화들은 ‘이거 참 산 넘어 산이군’의 반복이었다. <한겨레21>에서 함께 드라마 작가 특집호를 만들어보자고 연락이 온 건 2022년 10월경이었다. 앞서 <한겨레21>은 문학 작가와 비문학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두번의 ‘21 WRITERS’ 시리즈를 선보였고, 그 세 번째로 드라마 작가 인터뷰를 <씨네21>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했다. 재밌을 것 같았다. 21명의 드라마 작가를 인터뷰하는 것도, <한겨레21>과의 협업도. 하지만 비수기라는 게 딱히 없는 주간지 기자들의 상황은 영화 주간지나 시사 주간지나 매한가지여서 결국 본격적 논의는 해를 넘기고 말았다.
작가를 선정할 땐 경력의 길고 짧음과 무관하게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우리가 좋아한 드라마의 작가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드라마의 재미는 시청률로만 재량할 수 없고 작품의 의미와 그 작품을 향한 마음은 정량화할 수 없기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의 수법을 쓴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22명의 최종 이름을 확인한다면 충분히 이들을 만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인부터 베테랑까지, 나이와 경력과 스타일이 제각각인 흥미로운 드라마 작가 목록이 완성되었다. 여기서 왜 21명이 아니고 22명이 되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엔 21명을 목표로 섭외에 들어갔다. 최종 섭외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날, 채울 수 없을 것 같던 21명을 기어이 확정지었다. 야호! 해냈다! 해방이다! 기뻐한 다음날, 양희승 작가가 박해영 작가를 섭외해주었다(역시 ‘일타’ 작가는 달랐다). 21명이라는 숫자는 포기해도 박해영 작가는 포기할 수 없어 최종 ‘22 WRITERS’가 되었다. 물론 여러 사정으로 만나지 못한 작가들이 많지만 언젠가는 드라마 작가 인터뷰 2탄에서 그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이런 거대 특집 두번은 못하겠다고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모른 척).
<씨네21>과 <한겨레21>, 두 잡지에 실리는 인터뷰의 내용은 같다. 표지와 내지 디자인이 다른, 일종의 2종 커버라 보시면 된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드라마를 쓰고 싶은 사람,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프로 작가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들의 이야기, 정말 재밌다. 인터뷰에 응해준 22명의 작가를 비롯해 섭외에 도움 준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