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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정형의 목소리 - <하나 코리아> 배우 김민하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26-07-07

혜선(김민하)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진로 상담을 받을 때 “저는”이 아니라 “나는”이라고 말한다. 시나리오에 반영된 자연스러운 양강도 사투리인데, 배우가 여기에 빠른 취업을 마다하고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인물의 담대함과 결의를 차분한 쪽빛의 서정으로 물들였다. 이주민을 다룰 때 영화가 가장 먼저 손을 뻗어 재현하려는 것은 흔히 생존의 사투다. 그러나 배우 김민하가 이 젊고 당찬 여성에게서 사랑한 면모는 척박한 조건들 바깥으로 비죽 튀어나오는 그만의 단호하고 고집 센 성정이었다. <하나 코리아>의 돋보이는 장면들은 이처럼 “말투와 목소리 안에 담길 수 있는 의미의 함축을 고민한다”는 김민하의 심지에 힘입어 바로 선다.

- 이민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파친코>의 선자를 떠올랐다. 혜선과 선자 모두 역경 속에서 존엄을 지키는 여성들이다. 수난 속에서도 지켜지는 인간의 품위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여러 다른 물음에도 결국 같은 대답을 하게 되는데, 사랑이다. 어떤 종류의 사랑, 혹은 믿음. 혜선에게는 북에 있는 어머니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고, 한국엔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들과 연인이 있다. 그런 사랑의 기운들이 조금씩 모여서 그를 버티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이 사람을 이 악물고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러다보면 결국 돌고 돌아 사랑에 닿는다. 혜선은 자기 목숨을 쥐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명확히 가다듬어온 인물일 거라고 봤다. 그리고 그 지점을 애처롭고 처절하게 그리기보다는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 감독이 실제 북한이탈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자료 조사를 많이 거친 작품인데 배우의 경우는 어땠나.

어떤 작품을 하든 배우는 결국 대본에 발을 붙이게 되지만, <하나 코리아>는 실화 모티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 역시 인터뷰 영상도 많이 봤고 실제 탈북 과정을 다룬 자료도 챙겨봤다. 피부로 특히 와닿았던 건 사투리 코치 선생님들이 들려주신 자신의 실제 경험담이었다. 어떻게 탈북을 하셨고 어떤 과정을 겪으셨는지 듣는 동안 감정이 동요하기도 했다.

- 양강도 사투리 재현에 심혈을 기울이며 준비한 작업인 줄 안다. 한편 극 중 혜선은 적응 과정에서 서울말을 빨리 체화해나가려는 인물이라 말투가 서서히 섞이는 미묘한 디테일을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겠다.

정말 어려운 지점이었다.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에서 사투리를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혜선이라면 앞으로 잘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죽을 듯이 노력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점부터는 의식적으로 억양을 거의 지워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말투가 노력한다고 단기간에 완벽하게 지워지긴 어려우니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억양이 느껴지도록 했다. 또 마음이 편해지는 상대와 있을 때는 다시 억양이 새어나오는 식으로 자연스럽고 비정형적인 흐름을 담으려 노력했다.

- 영화 곳곳에 삽입된 혜선의 편지 보이스오버 역시 정서적으로 주효하다. 혜선의 편지가 김민하에겐 어떤 재료가 되어주었나.

내레이션이 실제 편지를 바탕으로 한 거라고 들었기 때문에 더욱더 소중하게, 꾹꾹 눌러 담고 싶은 마음으로 접근했다. 촬영하는 내내 가장 많이 생각했던 지점이 이 내레이션이었다. 대본 전체가 마치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크고 요란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가 아니라 속닥속닥 작고 조용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만이 주는 울림을 지키고 싶었다.

- 2024년에 <하나 코리아>를 촬영한 이후 보낸 약 2년은 김민하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아니었을까. 지금 돌아볼 때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다국적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무엇을 남겼다고 보나.

여름의 북유럽에 워크숍차 모여서 감독님, 스태프들과 보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기억된다. 덴마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에서 다 같이 비를 맞으며 놀기도 했다. 어느 현장이나 막상 촬영에 돌입하면 스케줄이 빠듯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하나 코리아>의 사전 워크숍, 이를 통해 친밀감과 신뢰가 압축되는 경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파친코> <태풍상사> 그리고 <하나 코리아>까지 주로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들에 다가갔다.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여자들일까.

그렇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 말은 잘 듣는 모범생이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엉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건 명확한데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였다. 20대가 되고 배우 생활을 하면서 많이 구르고 무너지는 사이 그 틀이 조금씩 깨졌다.

- 완벽주의와 동행하는 법을 알게 된 배우에게 지금은 엄청난 일거리가 쏟아지는 것 같다. 번아웃이라는 새 적수를 마주하는 자세는.

몇년간 하루라도 대본을 안 보면 스스로 불성실하다고 느껴서 계속 신경이 쓰이고 불안했다. 그러다 이번에 정말 마음먹고 하루 종일 대본을 펴지 않은 날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책만 읽고, 영화만 봤다. 그러고나서 ‘오늘 아주 푹 쉬었구나, 멋지게 살았구나’ 하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쉼도 루틴에 넣어보려고 한다. 자꾸만 뭔가를 하려고 하니까 온전히 쉬는 법을 익히는 것도 지혜라는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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