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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투루 건넬 수 없는 이야기라서 - <3학년 2학기> 배우 유이하, 김성국, 양지운, 김소완, 유명조 ➁
남선우 사진 최성열 2025-09-09

허투루 건넬 수 없는 이야기라서

- 이란희 감독이 배우들에게 필독서를 정해줬다며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과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허태준)를 언급했다. 모두 현장 실습생들의 현실을 밀도 높게 다룬 책인데, 배우 입장에서 그 무게감이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나.

김성국 두 책은 내가 못해본 생각을 해보게 도와줬다. 그럼에도 시나리오에 다가가기 위해 책을 참고하는 것이니 너무 무겁게 느끼지는 않았다.

유명조 나는 정반대다. 책을 읽으면서 이 시나리오를 허투루 연기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게다가 수호는 2회차 만에 촬영이 끝나는 역할이라 더 잘하고 싶었다. 2회차 안에 마법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떨었던 것 같다.

유이하 사실 감독님이 처음에는 일고여덟권을 추천해주셨고, 다 못 읽는다면 이것만이라고 읽으라면서 그 두권을 꼽으셨다. 최대한 다 보고 싶어서 서점을 돌아다니며 감독님이 추천한 책들을 찾아봤는데, 책에 집중 못하고 감독님이 왜 이걸 보라고 하셨을까만 생각했다. 감독님을 이해하고 싶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책들에서 무얼 알아내야 하는지, 이 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뭔지 계속 생각할 수 있었고, 그 의미가 자연스럽게 내 안에 스민 것 같다. 이게 감독님이 노리신 건가?

김소완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극 중 큰 사건 이후 다혜가 창우와 걷다가 하는 대사가 있다. 그 한마디가 나오는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감독님이 권한 책들이 너무나 필요했다. 나는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인터뷰 형식의 책이다 보니 더 와닿았다. 명조 오빠가 말한 것처럼 이 영화를 허투루 만들면 안된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다. 시나리오 읽을 때는 오히려 싱글벙글했는데….

양지운 나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시나리오상에서 우재가 좀 웃긴 친구다보니 가볍게 표현할 생각이었는데 필독서를 읽은 후 내가 가라앉아버렸다. 감독님이 오디션 볼 때와 달라 보인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책에 너무 몰입했다는 걸 알았다. 책은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만 하되 시나리오를 따라 연기하는 게 맞는다는 걸 배웠다.

- 배우들이 필독서를 소화하는 방법이 달랐던 것처럼 영화 속 인물들이 일에 부여하는 의미도 달라 보였다. 각자 맡은 배역이 어떤 자세로 노동에 임한다고 설정했나.

김소완 다혜에게는 영화에 나오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준비한다는! 공장에서는 돈을 버는 것만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데, 내가 보기에 다혜는 그냥 일을 잘하는 것 같다. (웃음) 눈치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사회생활을 했을 텐데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었을 것 같은 거지.

김성국 성민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모와 사는 아이라는 전사를 짰다. 빨리 성공하고, 빨리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서 에이스 소리를 들을 만큼 잘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일머리 좋은 친구로 보이기를 바랐다. 성민이가 어디서든 잘 살아갈 거라고 믿으면서 연기했다.

유명조 수호는 공장에서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어가고 싶은, 최상의 성과를 바라는 아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성민이의 롤 모델이었을 테고.

유이하 (긴 침묵 끝에) 생각을 좀 해봤는데… 창우는 주어진 일을 피하지 않고 차곡차곡 자기 걸로 만들어가는 아이다. 창우의 속마음은 정확히 모르겠다.

- 어쩐지 우재 역의 양지운 배우 대답이 제일 다를 것 같다.

양지운 우재는 일을 잘하려고 했지만 못한 거다! 물류센터 사장님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그럴 만한 능력은 없는 거지. 뭔가 해보려는데 자꾸 못한다는 소리만 듣고, 괜히 까불면서 부족한 자신감을 감추려는 게 나랑 좀 닮은 것도 같고….

- 그렇다면 캐릭터들끼리 맺는 관계를 고려하며 케미스트리를 만들어간 이야기도 듣고 싶다. 극과 극인 창우와 우재는 어떻게 친해진 걸까.

양지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였다는 내용이 대본에 적혀 있다. 창우가 힘든 시기였을 때인데, 서로 힘을 주고받았을 거다.

유이하 둘은 티 안 내면서 의지하는 관계이지 않았을까? 가끔 연락해서 “너 아직도 용접하냐? 너 아직도 빨간 티셔츠 입냐?” 하고 물으면서.

- 먼저 공장에 다니고 있던 다혜와 성민의 경우, 왠지 다혜가 성민에게 먼저 말을 걸면서 가까워졌을 것 같다.

김소완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그리고 다혜는 사실 성민이를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다혜가 주로 성민이하고만 대화하는 거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혹시 다혜가 성민이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다. 감독님은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다며 빵 터지시더라. (웃음) 하지만 다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으니 크게 드러내지는 않되 혼자 그런 설정을 가져가도 될 것 같다고 해주셔서 나 혼자 의식하며 연기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 그러고 보니 영화 속 인물들이 출퇴근하듯 여러분도 배우로서 공장을 오가며 촬영에 임했다. 첫 장편영화 촬영 현장의 출퇴근길은 어떻던가.

김소완 너무 춥고 쌀쌀할 때 찍었기 때문에 더 떨렸다.

김성국 첫 장편이라 더 긴장감이 있었다. 뒤로 갈수록 편한 마음으로 출퇴근했고.

유이하 나는 인물 조감독님과 사는 곳이 가까워 인물 조감독님 차를 얻어 타고 다녔다. 그 안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눈치를 많이 봤다가, 혹시 이런 감정마저 감독님이 노리신 걸까 싶었다.

양지운 무슨 소리예요~. 형은 아직도 생각이 너무 많아요!

유명조 나는 경기도 광주에서 인천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했는데, 그때 너무 속상해서 중고차를 샀다. (웃음) 앞으로 분명히 필요할 것만 같아서….

- 다른 건 몰라도 <3학년 2학기>가 차 한대를 남긴 영화가 됐다! 유이하 배우는 이 영화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기도 했는데, 꼭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가 자신에게 남긴 것을 각자 돌아본다면.

유명조 좋은 인연을 남긴 것?

김성국 영광입니다.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더 애틋해진 것 같다.

유이하 내가 평소 접하기 어려웠을 분들을 만나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는 것. 무엇보다 앞으로 함께 갈 동료들이 남았다. 이들과 한번 더 고등학교를 다닌 기분이다.

김소완 너무 배우인 척하는 것 같지만(웃음), 배우로서의 성장도 꼽고 싶다. 영화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다혜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봤으니 여기서부터 파생되는 다른 캐릭터들도 만들어갈 수 있겠구나 싶다.

양지운 배우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준 영화다. 칭찬을 많이 받아 연료가 꽉 찬 느낌!

- 그렇게 충전된 상태로 나아갈 여러분의 다음 학기는 어떤 모습일까.

김성국 1%라도 성장한 모습으로 높이높이 가고 싶다!

유명조 내 능력과 상황이 따르는 한 지금처럼 재밌게!

양지운 나는 어려운 미로를 만나고도 싶다. 견딜 만한 시련이 필요하달까? 한치 앞을 몰라야 재밌으니까.

유이하 배우는 낯선 세상에 혼자 떨어지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확 든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탁탁 떨어지는 게 무섭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그 적당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싶다. 두려움에 내 몸이 상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소완 나도 지운이처럼 배우로서 동력을 크게 얻어서 앞으로의 연기 활동에 기대가 크다. 다음 학기도, 그다음 학기도 해피 엔딩이기를 바라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해피 엔딩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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