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의 제목은 관객 각자의 19살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분의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는 어떤 시절이었나.
유이하 내가 연기한 창우처럼 특성화고에 다녔다. 제빵을 전공하며 취업과 대입 둘 다 준비했지만 창우와 다르게 금방 일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왔다. 여느 특성화고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3학년 2학기를 보냈다.
양지운 대학 연극영화과에 수시합격한 상태로 마냥 즐겁게 지냈다. 나는 이제 성인이고, 누구도 나한테 뭐라 할 수 없다는 기분에 빠져 일탈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유명조 나도 아주 편히 놀았다. 대학 갈 생각도, 수능 볼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남들 공부할 때 푹 자고 일어나 공부 끝난 친구들과 PC방에서 <서든어택>을 했다.
김성국 나도 이하 형처럼 특성화고를 나왔는데, 대학 갈 생각은 없었다. 3학년 때 거리에서 만난 에이전시 직원의 제안을 받고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걸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학교에서 공장에 보내줘 일을 좀 하고, 연기 수업도 받다가, 졸업 후 한두달 있다가 바로 입대했다.
김소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고, 3학년 2학기에는 자연스럽게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학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 또한 수시합격 후 열심히 놀았다. 다가올 스무살을 기대하면서!
연기라는 일, 배우라는 직업
- 극 중 인물들에게 3학년 2학기는 첫 사회생활이 펼쳐지는 시기다. 각자 배우라는 직업을 꿈꾼 시점, 이 일을 하고자 오디션에 뛰어든 시점은 언제인지 궁금해진다.
유이하 제빵을 그만두고 현수막 만드는 회사에 갔다. 일이 금방 손에 익어 스마트폰과 TV를 보면서 했는데, 당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가 인기였다. 그걸 보며 주인공 배우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내가 드라마에서 본 그의 모습은 이렇게 격렬한데, 평상시에는 뭐하고 살까 궁금해졌다. 나도 연기를 해볼까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갖고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학원 다니면서 대입 준비하고, 학교 다니면서 동기들과 프로필을 만들며 오디션 지원도 했다. 처음 캐스팅된 작품이 <보건교사 안은영>이었다. <육룡이 나르샤>가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 (웃음)
양지운 사실 부모님이 대학 가려면 이거라도 하라고 시키셔서 연기를 시작했다. 입시 준비도 2주밖에 못했다. 무조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지원한 학교에 딱 붙어버린 게 아닌가! 막상 입학하니 학원에서 많은 걸 배워온 친구들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져 관둘 생각이었는데 처음으로 한 교수님에게 연기 칭찬을 받았다. 그게 2023년이다. 그 칭찬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학교에서 단편영화나 웹드라마 위주로 참여하다가 졸업하기 직전인 2024년 초에 본격적으로 프로필을 만들었다.
유명조 뚜렷한 계획은 없었지만 게임을 좋아했으니 인터넷방송을 해보고 싶었고,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일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군 입대 후 일병이 됐을 때쯤부터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데 문득 엔딩크레딧에서 내 이름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한 분야 같아 전역 후 이것부터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연기학원부터 다녔고, 2022년부터 프로필을 돌렸다.
김성국 고등학생 때 연기를 배웠지만 집중하지 못했다. 나 또한 군대에서 영화,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다시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다. 지금껏 제대로 배운 게 연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전역하고 제대로 해보기로 결심했다.
김소완 나는 어릴 때부터 TV를 많이 봐서 6, 7살 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저 안에서 뭔가를 하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내게 끼가 많다는 걸 인지했다. 배우라는 꿈이 어딘지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아 부모님 앞에서는 다른 꿈을 가진 척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는 숨길 수 없었다. “엄마, 아빠도 보이지 않느냐! 이 끼를 어떻게 감추겠냐! 나를 사람들 앞에 좀 내놓아야겠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결국 내 진심을 알아주셨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 연기과에서 열심히 생활하다가 3학년쯤 됐을 때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싶어 본격적으로 프로필을 돌렸다.
- 한 영화제 GV에서 <3학년 2학기> 출연 경로를 묻는 질문에 유이하 배우가 “작품의 의미를 따져볼 여력도 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오디션에 지원했다”고 솔직히 답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배우들도 조금은 공감할 것 같은데.
김성국 이란희 감독님이 누군지 잘 모르는 상태로 필름메이커스에서 공고를 봤다. 감독님 이름을 검색해보니 전작(<휴가>) 수상 이력이 너무 괜찮은 거다! 이런 분한테 내 연기를 한번 보여드리고 싶다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무엇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제작지원작이라는 소개가 있어 믿고 지원했다. 영진위 지원작 한편 해보는 게 그해 내 목표였다.
- 신인배우들에게는 그 한줄이 무척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
배우 일동 ‘영진위 지원작’이라는 문구가 참여할 만한 작품이라는 믿음을 준다. 워낙 이상한 사람이 많아서….
-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유이하 홀로 1차, 2차 오디션을 봤고, 3차는 성국이와 함께 들어갔다. 2차 때부터 많은 분들이 심사를 해서 엄청 긴장했다.
김성국 똑같은 경로로 오디션을 봤다. 나도 영화 속 인물들처럼 특성화고 출신이라 역할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자신이 있었는데, 1차 오디션 후였나? 인물 조감독님이 내게 힌트를 주시더라. 감독님이 평양냉면같이 슴슴한 사람을 찾는다고. 감독님 스타일에 맞게 뭐라도 해보고 싶어 다음 오디션 때 일부러 교복을 꺼내 입고 갔는데 감독님은 끝까지 그게 교복인지 모르셨다고 한다. (웃음)
- 유명조 배우는 한 희곡 낭독 모임에서 이란희 감독을 만난 덕분에 <3학년 2학기>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유명조 3차까지의 오디션 경험이 부럽기도 한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 수호 역할로 함께하자는 감독님 연락을 받았을 때 기쁘고 감사했다. 영상을 하나 찍어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아 보내드렸을 뿐 두 배우가 느낀 조마조마함, 쫄깃함은 없었다.
- 김소완, 양지운 배우는 서울독립영화제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눈에 띄어 <3학년 2학기>팀의 연락을 받았다고.
유명조 두 사람이 진정한 특채네!
김소완 에이, 우리는 그래도 캐스팅 전에 미팅은 했어. 오빠야말로 얼굴도 안 보고 뽑힌 거 잖아!
양지운 얼굴은 보셨겠지.
김성국 영상도 보냈다잖아.
유명조 우리 희곡 낭독 모임은 이미 가족이었어!
- 각기 다른 방식으로 <3학년 2학기>에 모인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
김성국 너무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다. 근데 우리 첫 만남이 언제지?
유이하 첫 리딩 때였나? 리딩도 그룹을 나눠 여러 번 했는데….
김소완 맞아. 전체 리딩 전에 그룹으로 몇번 만났지. 명조 오빠는 전체 리딩 때 처음 왔고. 어쨌든 첫 만남이 어땠냐고!
김성국 너무 다 좋았다니깐….
- 기억이 잘 안 난다면 다음 질문으로….
김소완 사실 나는 리딩 전에 캐스팅되었다는 배우들 이름을 한번씩 검색해봤다. 누가 어떤 배역을 맡는지 궁금했는데 다들 신인이라 이름이 잘 안 나오더라.
김성국 아, 그래서 네가 갑자기 <없는영화> 잘 봤다고 한 거구나.
유이하 나한테는 잘 봤다는 말 안 했잖아.
김소완 <보건교사 안은영>에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봤잖아~. 오빠를 알고 나서 다시 찾아봤지. 몇화, 몇분, 몇초에 나오는 이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