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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꿈을 모아서, <귤레귤레> 배우 서예화
남지우 사진 오계옥 2025-06-19

영화 <귤레귤레>팀이 튀르키예 출국을 한달 앞둔 어느 날, 서예화는 배우 이희준의 캐스팅 콜을 받아 여주인공으로 낙점되었다.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대본을 펼쳐보기도 전에 그녀는 성당으로 향했다. 무엇이 됐든, 일단 감사하다고 기도드리고 싶었다. “너무 사랑하는 동료랑 작업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대에서 함께해 행복했던 이와 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가 있던 일산에서 매일 혜화동 대학로를 오가며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작품들을 보았고 그렇게 무대에 빠져들었다. 서예화를 “연극에 미치게” 만들었던 배우들이 당시 극단의 얼굴이었던 이희준과 진선규였다. “‘간다’의 공연을 한회차라도 놓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매회차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연극·뮤지컬계의 ‘회전문’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그 회전문 팬의 시초 중 한 사람이다(웃음).”

<귤레귤레>의 정화(서예화)는 전남편 병선(신민재)과 함께 튀르키예로 재결합 여행을 떠난다. 남편과 함께 건축계에서 일하는 정화는 공대 시절 자신을 좋아했던 대선(이희준)의 고백을 단칼에 잘라 그를 오랜 시간 고백 공포증에 빠뜨리기도 한다. 한 남자는 성깔에 기대고 다른 한 남자는 술주정에 기대 각자의 방식으로 휴양지의 악몽을 써내려가는 동안 정화는 “볼 장 다 본 30대 후반 여자의 푸석한 얼굴”로 불편한 여행을 꿋꿋이 감내한다. 그녀는 두 남자 사이에서 진심으로 불편해하고 때로는 경멸하며 또 이 지경까지 온 자신의 처지를 자책하기도 한다. “정화와 병선의 관계를 연기하면서 ‘이런 게 부부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연인이 부부가 되고, 또 어떤 역사를 지나 지금은 엑스가 되었지만, 차마 서로를 놓지 못하는. 서로를 혐오하며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 그러다 또 웃고.” 한편 파탄 난 이 커플 여행의 숨구멍처럼 등장하는 대선과 마주할 때, 정화는 짙게 그렸던 눈화장을 지우고 채도 높은 빨간색 옷을 입는다. 그러고는 상처와 환멸로 가득했던 눈가에 해사한 웃음을 머금는다. “<델타 보이즈> <습도 다소 높음> 등 고봉수 감독의 영화를 봐오면서 감독님의 세계에서는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라는 욕심보다는 ‘잘 바라봐야겠다’라는 마음이 컸다.” 그렇게 서예화는 두 남자배우가 만들어내는 진한 파동 속에 온전히 반응하는 한 여자를 연기할 수 있었다. 17살에 극단 문을 두드려 무대 활동을 시작한 서예화에게 주어진 첫 번째 역할은 탭댄스였다. 그곳이 어떤 길이든 “무대와 가까이 가야 했던” 그는 유학을 제안받을 정도로 재능 있는 태퍼였으나 부상으로 탭댄스를 그만둔다. 이후 연기 하나만을 바라보며 버텨온 긴 시간이 있었다. 태퍼로서의 장기를 살려 첫 뮤지컬 무대에 서고, ‘간다’의 고등학생 팬에서 극단의 일원이 되기까지.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꿈을 틔워준 배우 이희준의 옆에 서기까지. 너무 깊어 헤아리기도 어려운 간절한 마음과 기도가 헛되지 않은 채 지금 서예화에게 돌아온 것이다.

filmography

영화

2024 <귤레귤레>

2020 <소년들>

드라마

2025 <모텔 캘리포니아>

2024 <종말의 바보> <그랜드 샤이닝 호텔>

2023 <너의 시간 속으로> <남남>

2021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경찰수업> <빈센조>

2020 <편의점 샛별이> <인간수업>

2019 <그녀의 사생활>

2018 <무법 변호사>

2017 <김과장>

2016 <두근두근 스파이크>

2014 <꽃할배 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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