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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보물섬> 홍화연
이유채 사진 최성열 2025-04-03

<보물섬>에 들어가지 않은 시청자에게 대기업 회장의 손녀 여은남(홍화연)은 멋없는 캐릭터일 수 있다. 숨겨진 정치 비자금을 둘러싼 남자들의 권력 다툼 안에서 멜로를 담당하는 순정적인 여자주인공. 그러나 안에서 보면 다르다. 남자들과 똑같이 욕망하며 어딘가에 묻힌 진실을 손에 쥐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정략결혼의 보호를 거부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동주(박형식)의 수난을 추적하며 아버지(주상욱)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게 10회까지 여은남이 보여준 본모습이다. 그가 이토록 의지력이 강한 인물로 빛날 수 있었던 건 배우 홍화연의 힘이 컸다. 그는 여은남을 “내면에서 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철저하게 숨기는 단단한 인물”로 봤다. “죽은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새아버지 허일도(이해영)를 포함, 은남이를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식구들 앞에서 차갑고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잘 웃고 표현도 많이 하는 본래의 자신은 촬영 동안 잠시 접어두었다. 데뷔 3년차에 홍화연은 4차까지 진행된 오디션을 거쳐 <보물섬>에 합류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큰 비중에 대한 부담감이 앞섰으나 긍정하는 재능을 가진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난 2월 말까지 반년 넘게 촬영하는 동안 길게 호흡하는 법을 익혔다. “16부작은 처음이었는데, 긴 만큼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질 않더라. 이명희 작가님의 완급 조절에 매번 감탄하며 나도 큰 흐름 안에서 내 역할을 분석하려고 했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여은남은 1회에 방점을 찍는 인물이다. 엔딩에서 평범한 사원인 줄 알았던 은남이 대산그룹 손녀로 결혼식장에 등장하자 동주는 애인인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진하다가 동주와 눈이 마주치는 결정적 순간에서 은남의 감정에 대한 홍화연의 생각은 꽤 단호하다.“미안한데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었을 거다. 은남이에겐 파헤쳐야 할 진실이 있고 그룹의 일원으로서 가야 할 길이 있으니까. 슬퍼할 필요가 없는 장면이라는 진창규 감독님의 디렉션을 받고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걸어갔다.” 8회에서 허준호 배우와 독대하는 장면에서도 홍화연은 기세등등하다. “선배님과 마주 보고 찍는 건 그때가 처음이라 정말 많이 떨었다. 그런데 그 신은 은남이 패를 쥔 상황이라 큰아버지 염장선(허준호)에게 밀려서는 안됐다.” “최대한 되바라지겠다”라는 일념으로 집중했다는 홍화연의 눈빛에선 신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배우의 명석함이 비쳤다.

<보물섬>은 3월22일 기준 10회까지 공개되며 2막에 진입했다. 이제 은남은 남편 희철(권수현)과 큰 손해 없이 이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버지가 동주가 엮여 있다는 걸 알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를 하나 더 떠안았다. 언제쯤 은남은 동주와 함께 살던 한때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때만큼 환히 웃는 은남이를 보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웃음) 그렇지만 은남이에겐 자기 의지를 펼칠 기회가 찾아오고 그걸 놓치지 않으니 그 활약의 순간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여은남처럼 홍화연도 처음엔 예측할 수 있는 길을 갔다. 10대 땐 공부에 열중했고 사범대에 입학해서는 교육 관련 일에 종사하는 자신을 상상했다. 전환점은 대학교 3학년 때 본 ‘BH엔터테인먼트 공개 오디션’ 공고였다. “사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하고 은근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중학생 때 갖고 싶은 직업 6위에 배우를 적었던데, 어른들이 원하는 직업들을 먼저 올린 뒤에 본심을 쓴 게 아닌가 싶다. (웃음) 그만큼 어릴 적부터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 일은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후회하는 걸 특히 경계하는 성격이라 오디션에 지원했고 합격 뒤 훈련 과정 동안 연기를 진지하게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길었던 한 작품에 매진했다가 빠져나온 지 이제 한달, 그만큼 해보고 싶은 게 무궁무진하다. “지독한 멜로를 경험해서 그런지 손잡는 일에도 쭈뼛대는 귀여운 로맨틱코미디”가 궁금한 참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작품”을 좋아해 언젠가 그런 영화, 좀더 과감하게는 그 세계 안에 들어가보고 싶은 꿈도 있다. <보물섬>이 끝나고도 홍화연을 만날 기회는 열려 있다. “유쾌 상쾌한 <당신의 맛>에서는 양식 셰프로, 학교 선거를 다루는 드라마 <러닝메이트>에서는 사회성을 길러가는 전교 1등”으로 출연하며, <자백의 대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마르지 않는 감수성을 지닌 홍화연은 노래 가사와 대본을 읽거나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로 그 순간”을 좋아한다. 대책 없이 울고 나서 찾아오는 고요와 충만은 계속 느끼고 싶다. 이 보물 같은 순간을 많은 사람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선명한 마음은 홍화연을 오랫동안 달리게 할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filmography

영화 2024 <나쁜피>(단편) 드라마 2025 <보물섬> 2023 <보라! 데보라> 2022 <너뿐이개>(웹드라마) 2022 <멘탈코치 제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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