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전진오·헤어 김태현·메이크업 김하나·의상협찬 아워레거시, 아크네 스튜디오, 폴스미스
오늘날의 생활밀착형 코미디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여장 남자 주인공의 좌충우돌 직업 생활기인 <파일럿>은 술자리 성차별 발언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은 남성이 자신을 여성으로 속이고 재취업하면서 벌이는 아찔한 이야기다. 공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한국항공의 기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한정우(조정석)는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로 이름을 알린 일반인 스타. 하지만 그에게 쏟아졌던 관심이 캔슬 컬처의 화살로 뒤바뀌는 일도 순식간이다. 블랙리스트를 벗어날 수 없겠다고 판단한 그는 외모와 목소리, 걸음걸이를 개조해 유능한 여성 파일럿 ‘한정미’가 된다. 한국을 살아가는 남성-되기와 여성-되기의 과정을 오가면서 그야말로 최상의 장기를 펼치는 이는 배우 조정석이다. 화려함과 겸손함이 공존하는 그의 연기는 성차 코미디의 오페라틱한 매력을 십분 살리는 동시에 영화의 윤리적 민감도를 지켜보는 관객의 불안까지 다정하게 잠재운다. 뮤지컬 스타다운 탁월한 복장 소화력과 넘쳐흐르는 끼, 독성 없는 능글맞음, 그리고 보편의 초상에 다가가는 특유의 담백한 절제력이 어우러진 결과, <파일럿>의 조정석은 말 그대로 땅에선 뛰고 하늘에선 훨훨 날아다닌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파일럿> 조정석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