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우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섰을 때 긴장했던 건 그가 <우리, 집>에서처럼 상대를 꿰뚫어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뉴진스에 푹 빠져 있다”며 환히 웃는 얼굴로 드라마 속 오싹한 기운을 대화 초장에 몰아냈다. 작품에서 연우는 남편‘들’을 죽였다고 알려진 ‘마녀’, 반사회성인격장애를 가진 이세나로 분했다. 심리상담전문의 영원(김희선)과 그의 남편 재진(김남희)을 두고 대립하며 극의 핵심적인 한축을 담당했다. 젊은 여성배우에게 흔치 않게 들어오는 역할의 기회를 잡아 강렬하게 연기하기까지 연우는 대본과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미스터리한 여자 정도로 묘사된 세나에 대한 감을 잡고자 대본을 수백, 수천번” 읽었다.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권능에 취해 있는 과시적 인물”이라는 걸 파악한 뒤 신비롭고 어딘가 둔탁한 느낌이 몸에서 배어나오도록 움직였다. 캐릭터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눈을 잘 깜빡이지 않는다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활용해 세나 특유의 사람을 빨아들이는 미소를 완성했다. 가족의 의미를 자문하게 하는 작품을 하면서 연우도 깨달은 바가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가족이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신인연기상을 받은 <금수저>였다.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때부터 내 연기를 꼼꼼히 분석했고, 이후로 카메라 앞이 편해졌다.” 세나로 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외로웠기에 “본래의 밝은 성격을 살릴 수 있는 사랑받는 캐릭터”라면 주저 없이 도전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 도전은 “비밀과 상처가 있는 여인”으로 나오는 첫 사극 <옥씨부인전> 촬영을 끝낸 뒤로 미뤄두었다. “사극을 하면 왜 연기가 는다고 하는지 체감하고 있다. 낯선 환경, 어려운 감정 신에 나날이 달라지는 내가 신기하고 재밌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
FILMOGRAPHY
드라마2024 <우리, 집> 2023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 2022 <금수저> 2021 <달리와 감자탕> <바람피면 죽는다> 2020 <라이브온> <앨리스> <터치> 2019 <쌉니다 천리마마트> 2018 <위대한 유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