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과 함께 전주영화제에 대한 기억을 묻자 이제 막 여행 짐을 싸기 시작한 소녀처럼 방효린은 설레는 표정으로 웃었다. 대학 시절 그는 전주영화제 시즌이면 학과 동기들과 버스를 대절해 전주로 향했다. 도장 깨기 하듯 영화관 이곳저곳을 유영하면서 친구들과 언젠가 함께 만든 작품을 전주영화제에 올리겠다고 얘기하곤 했다. “전주영화제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겐 꿈의 공간이다.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펼쳐내는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지옥만세>가 전주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무척 영광스러웠다. 게다가 관객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니, 꿈이 이뤄지는 것만 같았다.” <지옥만세>는 수학여행을 앞둔 학교폭력 피해자 선우(방효린)와 나미(오우리)의 겨우내 모험담을 다룬다. 모든 게 가벼워진 5월, 춥고 냉랭한 아이들의 지옥을 지켜보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영화는 마지막 시퀀스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큰 소동을 지나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선우와 나미를 보면서.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 금세 멈춰 서는 두 친구를 보면서 이들에게도 곧 봄이 올 거라는 신호를 알 수 있다. <지옥만세>는 영화 바깥의 나날을 상상하게 한다.”

올해에도 방효린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이번에는 시리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이하늬, 진선규, 조현철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 그는 나이트클럽 댄서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단숨에 충무로 화제작 <애마부인>의 주연으로 발탁된 주애를 연기한다. <애마>는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영화 <애마부인>이 완성되기까지 주연 자리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희란(이하늬)과 주애의 분투기를 담았다. 화려한 무대 뒤에 담긴 배우들의 현실적인 기쁨과 슬픔이 그려질 예정이다. “인물의 행동과 말의 타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방효린이 주애의 삶을 어떻게 분석해냈을지 궁금해진다.

배우가 꼽는 영화제 필수품은 무엇일까. 그는 여전히 학부생처럼 펜과 수첩을 들고 극장을 찾는다. 작품에 담긴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꼼꼼히 적고 관객과의 시간에도 열성으로 손을 든다. “질문을 하고 싶어도 잘 선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옥만세> GV로 무대 앞에 서보니 어떻게 손을 들어야 뽑히는지 알게 됐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일어서서 손들려고 한다.” 올해 전주 관객과의 시간에서 누군가 벌떡 일어나 손을 든다면 그건 어쩌면 이토록 씩씩한 배우 방효린일지도 모른다.

봄철 추천하고 싶은 독립영화는?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 이주영 배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연기를 볼 수 있어 행복했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주영 배우를 너무 좋아한다. 엄마와 딸의 현실적인 관계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만이 가진 따뜻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