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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있ㄴr요, ㅅrㄹ5ㅎH본 적…, 싸이월드의 사용자 경험(UX)은 에픽하이와 어떻게 발전했나
이자연 2024-03-19

2020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추억의 싸이월드 BGM을 대표하는 스타로 에픽하이가 2위를 차지했다. 응답률 19.1%로 대략 5명 중 1명이 미니홈피로부터 에픽하이를 연상한다(1위는 버즈(34.4%), 3위는 다비치(12.6%)다). 싸이월드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형식이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실제 친구들끼리 무리를 형성하여 만들던 다음 카페. 일명 OO팸, OO파들이 모여 소규모 커뮤니티를 이루었다. 다른 하나는 보다 오픈된 형태의 대규모 웹사이트다. 웃긴 대학, 세이클럽, 프리챌 등 익명의 불특정 다수가 모여 공통된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실 세계의 관계를 딛고 있거나 온전히 가상 세계의 관계를 지향하면서 커뮤니티는 양방향으로 성장해나갔다. 그리고 싸이월드는 이 중간 어디쯤을 공략했다. 실제 나를 아는 사람은 그대로 일촌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파도타기, 이달의 얼짱 등 일면식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게시판처럼 공동의 가상공간을 나눠 쓰는 형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싸이월드는 모든 사람에게 개인 공간을 나눠주는, 지금의 SNS와 가까운 방식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디지털 양식의 자유를 얻었고 비로소 BGM이 주목받게 되었다.

나의 일기장 같은 노래들

주크박스라고도 불렸던 BGM은 암묵적으로 사용자의 감정과 마음 상태를 대변했다. 잘 지내던 친구의 미니홈피가 불현듯 문을 닫고 프리스타일의 <수취인불명>이 흐르면 그로써 친구의 이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트리밍서비스가 보편적이지 않아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했던 시절에도(심지어 그에 대한 죄의식조차 작동하지 않던 시절인데도) 사람들은 꼬박꼬박 돈을 주고 BGM을 샀다.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는 경험을 체득하게 되고, 직접적인 언어가 아닌 은유적인 언어를 활용하는 일상을 취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싸이월드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다. 애초 SNS가 전시 활동을 기반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니홈피 또한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을 법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현실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나로 표현해도 크게 멋쩍지 않으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에도 작게 느껴지지 않는 것들. 대중적이지만 우아하고, 친근하지만 그럴듯해 보이고, 공감 가지만 유일무이한 것들. 그런 점에서 에픽하이는 자격요건에 정확히 적중했다.

미니홈피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인 2005년부터 2010년은 에픽하이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X맨 일요일이 좋다> <야심만만>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전하지만 무대에선 직접 작사·작곡한 아름다운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세 멤버가 아무리 TV화면 속에서 망가지더라도 이들의 음악성까지 폄훼할 사람들은 거의 전무했다. 게다가 일상성이 돋보이는 에픽하이의 노래는 보편적인 감정을 나누는 싸이월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우상을 바라보는 팬의 사랑을 묘사하거나(<Fan>) 축축 처지는 사회생활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꿈꾸거나(<Fly>)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이별을 묻는다(<Love Love Love>). 순수무결하게 완벽한 나머지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나에게 벌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청중이 자신을 쉽게 투영하고 몰입하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에픽하이의 노래들은 정제된 일기 같다. 싸이월드 사용자는 에픽하이의 노래를 선곡해 자신의 근황을 정갈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다. 그 일기는 자신이 쓴 것은 아니지만, 많고 많은 것 중 그 일기를 큐레이션한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의 이야기

싸이월드만이 일방적으로 에픽하이의 에너지를 받았던 건 아니다. 에픽하이가 등장한 2000년 초반, 힙합 장르는 지금보다 더 무겁고 격정적이었다. 갱스터 힙합을 두고 ‘정통 힙합’이라고 칭했던 장르 분위기 속에서 에픽하이의 밝고 경쾌한 리듬은 다소 유약하게 비쳤다. 상업 힙합, 댄스 힙합, 가짜 힙합. 조롱 섞인 멸칭은 에픽하이 한켠에서 그림자를 키워갔다. 대중의 선택과 마니아의 환호 사이에서 후자만이 진짜 인정받은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픽하이의 문학성을 사랑했다. 분노보다 희망을, 쿨함보다 절절함을, 과시보다 자기 객관화를 선택하는 노랫말 사이에서 청중은 에픽하이가 제시한 인간미를 느꼈다. 각자의 이야기를 길고 느끼하게 풀어나가도 ‘자기 다이어리’ 안이면 모든 게 허용되던 디지털 세계의 태도는 에픽하이를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남자다움이나 힙합의 정통성을 따지기보다 에픽하이라는 카테고리에 접근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플랫폼의 유행에 따라 콘텐츠의 형태는 계속 변한다. 틱톡 챌린지가 부흥할수록 대중가요가 전반적으로 후킹 중심적이고 춤동작이 간단해지며 3분 이내의 짧은 길이로 적용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시절 싸이월드가 (서툴고 촌스러워 보일지언정)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를 수용했기 때문에 에픽하이 또한 독자적인 장르로서 더 쉽게 이해받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문학적인 것을 ‘오그라든다’고, 일침을 가하는 것을 ‘선비질한다’고, 아름다운 단어를 골라내는 것을 ‘허세 부린다’고 표현하는 최근의 SNS 분위기였어도 에픽하이를 향한 대중의 사랑이 이만큼 견고할 수 있을까. 개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해도 괜찮은 분위기로 땅을 다진 두 주역은 긴 시간 상호문화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싸이월드는 기억 속에 저장됐지만 에픽하이는 현재진행형으로 나아간다. 여전히 자기 심연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주변으로 확장해가면서. 긴 글보다 짧은 글. 짧은 글보다 이미지. 이미지보다 이모지 한두개로 메시지를 함축하는 게 ‘쿨한’ 세상이지만 에픽하이는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잊지도 잃지도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브이로그, 연속적인 이미지를 연결해 추억을 회상하는 릴스 등 새로운 세대에 소비되는 에픽하이를 통해 그들이 견지한 불변함을 다시 읽는다. 하나의 장르로 구축된 그들이 기한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이유다.

힙합퍼는 슬플 때 뭐봐요?

타블로 마동석의 모든 것. 마동석 유니버스는 엔터테인먼트가 너무 확실하다. 약간 이런 느낌이다. “극장 왔어?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투컷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내 생애 모든 감정의 집약체. 기쁜 날, 슬픈 날, 우울한 날, 화나는 날, 돈 번 날, 돈 없는 날, 주식 망한 날 언제든 다 잘 맞다.

미쓰라 <신세계>. 마음속의 응어리 같은 게 풀린다. (투컷: 너 백화점 어디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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