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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말 그대로 ‘위험한 시대 위험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김성찬 2022-04-13

<신비한 동물사전>이 <해리 포터> 시리즈 스핀오프의 시작을 알린 후, 2편 격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등장한 데 이어 세 번째 작품이 나왔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된 프랜차이즈도 절반을 넘긴 셈이다.

해리 포터가 세상에 등장하기 70여년 전인 1926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주인공이자 호그와트에서 쓰인 교재 ‘신비한 동물사전’의 저자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와 ‘하얀 눈이 달린 검은 바람’의 형체를 띤 채 무분별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옵스큐러스를 품은 옵스큐리어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그리고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갤버트 그린델왈드(마스 미켈센)를 무난히 소개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는 덤블도어 교수(주드 로)를 포함한 뉴트의 동료들이 벌인 활약으로 감옥에 갇혔던 그린델왈드가 탈옥한 뒤 파리로 가 세력을 확장하고, 죽은 줄 알았던 크레덴스가 재등장해 가족을 찾는 일을 그렸다. 영화의 끝은 크레덴스와 퀴니(앨리슨 수돌)를 포섭하는 데 성공한 그린델왈드 일당이 뉴트 일행을 궁지에 몰아넣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정통한 관객이라면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 교수 사이에 모종의 인연이 자리하고, 크레덴스는 덤블도어의 동생 아리아나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암시를 눈치챘을 터다.

전작에서 향후 뉴트, 덤블도어 일행과 그린델왈드 세력간 전면적인 마력 대결이 점쳐졌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작품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그린델왈드가 보이는 행보는 다소 의외다. 머글과 협력하기는커녕 노예화하고 마법사 정체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힌 그는 반대파를 공포와 살생으로 무릎 꿇게 하기보다 마법 세계의 질서 안에서 떳떳한 지도자로 인정받으려 한다. 국제마법사연맹 의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일이 그렇다. 현 의장은 그린델왈드가 후보가 된다고 한들 뽑힐 리 만무하고,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증오와 편견에 기반한 일반 마녀, 마법사 지지자들의 폭동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보이는데, 이건 그린델왈드의 복안이 실현되는 데 유리한 배경이 된다.

이러한 구도는 J. K.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뿐 아니라 앞선 두 작품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현실의 보수적 정치사회 풍토를 재현하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일의 연장이라 할 법하다. 여성과 유색인종 등 약자나 소외계층 인물들이 다수 배치돼 역할을 부여받고, 많은 장면을 다양한 문화의 색깔로 수놓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선 두편에서 흩어놓은 인물간의 관계와 비밀들도 정리된다. 그간 암시만 돼왔던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관계는 영화의 시작과 함께 에두르지 않고 명확히 제시된다. 중반을 넘어가면 크레덴스와 덤블도어 가문 사이의 비밀도 풀린다. 덤블도어의 여동생 아리아나의 전사와 불사조가 유독 회색빛을 띠는 이유도 밝혀진다.

한데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J. K. 롤링의 시나리오 작법은 이번에도 입방아에 오를 것 같다. 전작에서 공동 각본 체제나 준수한 영상 작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비판이 많았던 점을 의식했는지 크레딧에는 다른 각본가의 이름도 올랐으나 달라진 면은 전혀 없어 보여 안타깝다. 분명 소설이었다면 충분한 설명과 묘사로 독자를 설득해냈겠지만, 영상 언어로 쓰인 플롯과 서사는 이전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간단히 통보하는 식으로 정보를 던져놓고 시침을 떼는가 하면, 생략하거나 가벼이 다뤄야 할 장면들은 되레 시간을 투자해 길게 보여주며 감정을 증폭시키려는 만용을 드러낸다. 이쯤 되면 고집으로 봐야 할 듯하다. 우리도 이제 그저 J. K. 롤링의 스타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CHECK POINT

뉴페이스 그린델왈드, 마스 미켈센

전 부인 폭행 사건으로 시리즈에서 하차한 조니 뎁을 대신해 마스 미켈센이 그린델왈드로 나온다. 개성 강한 조니 뎁이 시리즈에 남긴 인상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우습게도 마스 미켈센은 작품의 분위기 전반을 바꿔놓았다. 조니 뎁에게 동화적인 구석이 있다면 마스 미켈센은 누아르나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을 선보인다.

추가된 신비한 동물

니플러 ‘테디’나 보우트러클 ‘피켓’에 버금갈 만큼 치명적으로 귀여운 동물이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위협적인 동물이 눈에 띈다. 바로 뉴트가 형 테세우스를 구하려다 맞닥뜨린 ‘맨티코어’다. 뉴트는 전갈을 연상케 하는 갑각류 맨티코어에게 공격받지 않으려고 민망한 춤을 추는데, 촬영을 마치기까지 무려 7시간이나 걸렸다는 후문이다.

히틀러 또는 트럼프

작품의 시대배경이 양차 대전의 전간기인 것과 이번 작품의 주 무대가 독일인 점을 고려할 때 합법적 절차를 통해 부흥했던 당시의 파시스트 몇몇이 떠오른다. 또 혐오와 증오를 바탕으로 함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권력을 탐하고 쟁취할 수 있었던 최근 미국의 사례가 연상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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