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콘텐츠의 작품들이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찾아왔음을 새삼 느낀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지위와 자격에 관해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뿐 아니라 국회의원, 유튜버, 교수, 학생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작품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이 담긴 만큼 대통령을 둘러싼 수많은 이슈가 발화되고 다뤄진다. 이를테면 한국이어서 더욱 독특한, 대통령의 제왕적 면모를 향한 비판과 해결책, 대통령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서 능력과 도덕성에 관한 단상, 선거와 투표의 중요성까지 개인과 제도에 이르는 광범한 범주의 이야기가 세대별, 진영별, 계층별로 펼쳐진다. 이는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끔 하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어지럽게 방사돼 펼쳐지는 말의 수렁에서 외려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관객은 인터뷰라는 공식적 절차로 인해 심적으로 한번 검열되어 나타난 정제된 말들이 발화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속된 욕망과 위험한 심상들을 탈색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많은 사람을 인터뷰한 것 같지만 특정 집단 속 인물들의 발언이 과대 대표되는 면이 있고, 아카이브에서 건져 올린 장면들이 인터뷰와 좀처럼 융합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