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2020>은 재야운동가로서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문익환 목사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1994년 1월18일, 문익환 목사의 영결식으로 시작한 영화는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저마다 기억하는 문익환에 관해 회고한다. 아내 고 박용길 여사, 아들인 배우 문성근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등장해 문익환이라는 위인을 직접적으로 호명하고 또 소환한다.
북간도에서 태어난 문익환은 윤동주, 송몽규와 함께 명동학교를 다녔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정도상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의 말처럼 “두 사람에 대한 끝없는 부채감과 두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한 문 목사는 자신의 여생이 그들의 몫인 듯 열사와 약자들의 삶으로 끊임없이 다가갔다.
<늦봄2020>은 현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한 장치로서 그의 육성 자료로 남은 상고이유서를 이따금 보이스 오버로 삽입한다. 그의 호(號)와 영화가 제작된 연도가 합쳐진 제목 또한 그가 일궈낸 가치를 당대에 다시금 되돌아볼 필요를 역설하려는 선택인 듯하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주요 목적에 다소 진부할 만큼 충실한 전기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