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뒤 아직까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재일 ‘조선인’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감독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다큐멘터리영화다. 2002년 금강산 청년대회에서 그들을 처음 만난 감독은 그들이 북한만큼 남한에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일본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내 이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과 연관이 있는 사안임을 깨닫는다.
재일조선인들이 현재에도 만연한 일본인들의 온갖 차별과 혐오를 견디면서까지 일본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하여 끝까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새로 태어난 세대에게 민족교육을 시키는 것일까. 영화는 감독이 18년간의 취재를 통해 만난 조선인 당사자들의 입을 빌려 한국과 일본 양국으로부터 거절당한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중엔 <무한도전>에 출연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우토로 마을의 조선인 1세 고 강경남 할머니도 있다. 서글픈 시간을 보내왔음에도 여전히 희망을 말하고 노래를 부르며 다음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자아낸다.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상영되어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