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겨울, 루마니아. 2차대전 종반이 지나면서 나치군이 퇴각하고 소련군의 지배가 시작된다. 디에터 대위(세르반 파블루)는 쫓기던 중, 자신과 부하들을 도우려는 유대인 여성 사비나(라루카 보테즈) 를 만난다. 위험을 무릅쓴 사비나의 결단은 리처드를 만났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르본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사비나는 리처드(에밀 만다나크)를 만나 결혼한다. 신혼을 즐기던 중 결핵을 진단받은 리처드는 요양을 시작하고, 삶의 이유를 찾고 싶었던 그는 신의 존재를 고민하게 된다. 무신론자였지만 회의와 불안을 지닌 채 예수의 삶을 긍정하게 된 그를 보며 사비나 또한 점차 기독교를 받아들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비나: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 나치 시대>는 히틀러, 무솔리니와의 동맹을 지지하는 파시스트 세력에 점령당한 루마니아의 엄혹한 시절을 그린다. 여전히 탄압받는 유대인의 삶을 담는 동시에 새로운 신앙을 갖게 된 사비나와 리처드의 삶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유전자와도 다름없는 종교적 배경을 거부하고 성서의 증인이 되기로 자처한 이들 부부의 삶은 신자들에게 귀감이 될 지점이 있다. 종교영화라는 명백한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설교식 장면이 반복되는 점이 큰 한계지만,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작금에 영감을 제공할 만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