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만드는 장인 임선빈씨가 악기장이 된 계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모는 9살 선빈을 근로재건대에 맡긴다. 자식이라도 굶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소아 마비를 앓던 그는 그곳에서 괴롭힘과 폭력에 시달리다 오른쪽 귀를 얻어맞아 청력을 잃고 만다.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 그는 한 중년 신사의 호의로 북 만드는 곳에 다다른다. 부모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선빈은 무심코 내리친 북에서 나는 소리에서 형언할수 없는 위로를 받는다. 이후 이때 느낀 북소리를 찾아 평생 북을 만드는 삶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무릎에 물이 차고 왼쪽 귀마저 잘 들리지 않게 되자 그는 더늦기 전에 늘 귓속에서 맴돌던 어릴 적 북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23년간 묵힌 양질의 나무를 재료 삼아 인생 역작을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두 가지 미덕이 있다. 하나는 악기장이 대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다. 사람 키 두배만 한 대북을 제작하기 위해 선빈씨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나무를 재단하고, 틀에 맞추며, 망치질을 하는데 대북의 모양새를 갖추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영화는 마치 그가 창조한 기적에 관한 기록 같다. 다른 하나는 ‘선빈’이라는 인물이 지닌 덕성이다. 그의 투철한 장인 정신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