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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젯> 벽장 속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
조현나 2020-02-05

상원(하정우)은 자동차 사고로 아내를 잃고 딸 이나(허율)와 함께 외딴곳의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는 서먹해진 둘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어느 날부턴가 이나는 새 친구가 생겼다며 이사 온 집을 마음에 들어 한다. 이나는 눈에 띄게 밝아졌지만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반항하는 등 전과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아이의 방 벽장에서도 계속해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상원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후 상원이 잠시 출장을 간 사이 이나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상원은 아이를 찾기 위해 고분분투하지만 아무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이나가 사라진 지 한달, 상원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경훈(김남길)이 찾아온다. 딸의 행방을 안다며 그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이나 방의 벽장. 경훈은 벽장 속으로 사라진 아이가 이나 외에도 여럿이라고 말한다.

<클로젯>은 벽장 속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는 김광빈 감독의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다. 감독은 신작 <클로젯>에서 전작들처럼 가족 테마를 다루되, 미스터리한 사건을 도구로 변주를 시도한다. 벽장이란 소재는 주로 서양권에서 다뤄지기에 생소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이계(異界)로 통하는 문이라는 설정 또한 흥미롭다. 영화는 처음부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데 여기에 쉼표를 찍으며 극을 전환하는 존재가 경훈이다. 초조한 상원이나 날선 이나와 달리 항상 여유를 잃지 않는 경훈은 상원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벽장이 중심 소재인 만큼 공간 활용에 공을 들였다. 개별 공간마다 주인의 개성을 녹여냈는데 벽장을 사이에 두고 같은 공간을 상반되게 연출한 시퀀스가 돋보인다. 볼거리와 더불어 소외된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차가운 겨울 공기에 한기를 더해줄 미스터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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