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교도소장 원터(제임스 갠돌피니)가 담당하고 있는 트루먼 교도소로 어윈(로버트 레드퍼드)이 호송되어 온다. 어윈은 대통령의 명령을 어기고 임의로 작전에 임했다가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징역을 선고받은 전직 3성장군이다. 군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어윈의 존재에 윈터는 불안감을 느끼고 그들간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간다.■ Review 로버트 레드퍼드가 3성장군으로 분한 <라스트 캐슬>을 보다 보면 분명 잠시 의아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모두가 매우 심각한 자세로 영화에 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기는 한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자꾸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가슴에 총을 맞아 죽어가면서까지 성조기를 깃대 끝에 올리기 위해 밧줄을 잡아당기는 로버트 레드퍼드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 이르면, 혹 이 영화가 기존의 전쟁영화에 대한 과격한 패러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아마 이 장면에 견줄 만한 것으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라스트 신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데야 할리우드를 따라잡을 재간이 없겠지만, 삼엄한 군 형무소 한복판에다 헬기까지 끌고 들어와 베트남전을 재연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패배한 전쟁의 경험과 기억을 안고 있는 ‘전설적인’ 지휘관 어윈은 형무소 내의 어중이떠중이들을 이끌고 실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부패한’ 내부권력 윈터에게 맞서 끝내 승리를 이끌어낸다.
그런데 이건 아주 이상한 전쟁영화이다. 군인들은 죄수들을 향해 고무탄을 날리며, 죄수들은 이를 방패로 막아내고, 거대한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과 불덩이가 하늘을 가르는가 하면, 산소통은 어느새 박격포가 되어 감시탑을 날려버리기조차 한다. 그리고 이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두개의 성(城)- 형무소와 죄수들이 돌로 쌓은 성- 사이에서다. 결국 <라스트 캐슬>은 패배한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기 위해 중세적 영웅담을 끌고 들어와 벌이는, 그들만의 한바탕 자해극인 셈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전쟁‘놀이’였을 뿐이고 오직 단 한 사람의 영웅적 희생양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 영화에 미국 밖의 관객까지 감동시켜보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면, 그건 아마 억지일 것이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