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가난한 흑인 랜스(크리스 락)는 우편 배달부이며 아마추어 코미디언. 사람들을 웃기고 싶지만 무대에선 야유만 받는 딱한 그러나 낙천적인 수다맨이다. 어느날 길을 지나던 여인 손티(레지나 킹)한테 한눈 팔다 교통사고로 천국에 갔는데, 착오라는 사실이 확인된 뒤, 임시로 갑부 웰링턴의 몸을 빌려 지상으로 다시 내려온다. 웰링턴은 사악한 아내와 비서에 둘러싸여 늙어가고 있는 욕심많고 비정한 부자. 그의 몸을 빌려 랜스는 자비를 베풀고 손티에게 청혼한다. 그러나 웰링턴의 몸을 돌려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Review‘이런, 내가 죽어버렸군. 이럴 리가 없는데.’ 확인해보니 그게 천국 담당자의 사무착오였다. 난데없이 천국으로 호송된, 배달부이자 아마추어 코미디언(그것도 흑인) 랜스는 정당한 항의 끝에 미국에서 15번째 부자 웰링턴의 몸을 빌려 생을 되찾는다. 경로는 다르지만, 프랭크 카프라의 스미스씨나 디즈씨가 엉겁결에 상원의원이나 백만장자가 됐듯이, 별볼일 없던 주변인이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선 것이다. 그가 이제 어떤 일을 벌일지 그다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스미스씨나 디즈씨가 그랬듯, 영혼이 교체된 갑부는 짐작대로 인도주의적 실천을 행한다. 가난하고 불행한 자들에게 자비를!
<다운 투 어쓰>는 프랭크 카프라식의 인민주의 코미디를 크리스 락의 흑인 코미디로 번안하면서 벼락 출세의 모티브를 환생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로맨스는 변함없는 양념이며, 주인공을 아예 초짜 코미디언으로 만들어 유머에 훨씬 더 심혈을 기울인다. 크리스 락은 에디 머피의 직계 후배답게 쉴새없는 수다와 기행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때로 무구와 무욕의 언행으로 가슴 찡한 순간을 빚어낸다.
그런데 그게 영화 안에서만 그렇다. 영화 속의 군중은 랜스에게 웃고 때로 감화되지만, 그 느낌이 스크린 밖으로 퍼져나오진 않는다. 이야기가 대충 짐작대로 흘러가는데다, 크리스 락의 유머가 의외로 그다지 웃기지 않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랜스가 웰링턴의 몸을 빌렸는데(영화 속 인물들에겐 그렇게 보인다), 관객의 눈에는 여전히 랜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크리스 락의 개인기를 남김없이 이용하겠다는 계산이겠지만,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이야기에 관객의 마음이 잠겨들긴 힘들다.
원작은 1978년 오스카 각본상 후보(일레인 메이)에 올랐던 <Heaven Can Wait>(워런 비티 주연·감독). 주인공이 크리스 락으로 정해지면서 흑인 코미디로 탈바꿈했다. <아메리칸 파이>의 크리스 웨이츠, 폴 웨이츠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크리스 락이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코미디 한편을 만드는 데는 더없이 좋은 진용이지만, <다운 투 어쓰>는 이해하기 힘들 만큼 심심한 코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미국인은 크리스 락의 유머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제작비 3천만달러로 미국 내 극장수입 6천만달러를 올렸다.
허문영 moon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