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걸프전 전야의 이라크. 전운이 감도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고대도시의 유적을 탐사중이던 미국 고고학자들은 석관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그러나 석관이 열리고 나온 것은,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수메르의 악마 텔알. 텔알은 깨어나자마자 고고학자는 물론 주변의 군대까지 몰살시킨다. 그 혼란의 와중에 고고학자의 아내 수잔나는 아기를 낳지만 그 아기는 누군가에 의해 유괴된다. 마침 그 광경을 본 미 해병대 하사관 존 크로스(마리오 반 피블스)는 정신을 잃는다.
■ Review
부활한 수메르의 악마 텔알. 악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단 한명의 소년. 그를 보호하는 신비스러운 여인. 연쇄살인사건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약의 진원지를 추적하다 악마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경찰. 초자연적 악령이 등장하는 신비주의와 세상을 구할 소년을 보호하는 경찰의 액션을 그러모은 <가디안>은 일관되게 장르 짜깁기 전략으로 나간다.
그러나 그 얼개는 전혀 튼실하지 못하다. 악마가 깨어난 바로 그 순간, 그곳에서 태어난 소년이 어떻게 세상을 구한다는 것인지, 악마 텔알은 부활한 뒤 왜 12년 동안을 기다리는지, 12년 전 발굴현장에 있었던 고고학자와 신비스런 여인 셀린이 소년을 12년 동안 비밀리에 키운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겨나는 의문에 <가디안>은 전혀 대답하지 않는다. 캐릭터도 의문투성이다. <매트릭스>의 중성적인 여인 트린을 연상시키는 셀린도 오리무중이다. 사람의 육신을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는 초자연적 악마 텔알은 목소리가 변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 한번도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저예산 영화의 한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허술하다.
<가디안>에 눈길을 줄 만한 한 가지는 주연배우 마리오 반 피블스. 90년대 초반 <뉴 잭 시티>(1991), <파시>(1993) 등을 만들고 주연까지 겸하며 잠시 각광받았던 흑인 액션배우다. 그러나 <뉴 잭 시티>에서 함께 공연했던 웨슬리 스나입스가 흑인 히어로의 권좌에 등극하는 동안, 마리오 반 피블스는 B급 액션영화의 언저리만 맴돌았다. <가디안>도 마찬가지. 가장 큰 이유는 마리오 반 피블스가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보다는, 백인들도 할 수 있는 ‘총쏘기’와 ‘폼잡기’에 더욱 능하다는 것이다. 홍콩액션 스타일이 주류로 떠오른 요즘, 마리오 반 피블스의 자리는 여전히 ‘언더그라운드’다.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