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밸런타인 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날,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왔던 케이트(말리 셸턴), 페이지(데니스 리처즈), 도로시(제시카 캡쇼), 릴리(제시카 코피엘)는 또다른 친구 셸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날 이후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내용이 담긴 밸런타인 데이 카드를 받은 이들은 정체 모를 신변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13년 전 한 파티 때 자신들에 의해 성추행범으로 몰렸던 소년의 이름을 떠올린다. 제레미 멜튼이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당시 사건 이후 소년감호소와 정신병원 등에 수용되는 불우한 삶을 살아왔다. 네명의 여성은 멜튼이 성형수술을 통해 다른 인물로 변신한 뒤 그들 주변을 맴돌며 복수를 꾀한다고 판단,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들의 예감대로 그해 밸런타인 데이 파티는 핏빛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 Review
여타 슬래셔호러영화와 마찬가지로 <발렌타인>을 보는 관객이 품게 되는 가장 큰 의문은 연쇄살인범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자 중, 누가 볼품없는 뻐드렁니의 소유자에다 걸핏하면 코피를 주르르 흘리는 왕년의 ‘왕따’ 제레미 멜튼이냐는 문제로 가닥이 모인다. 만약 감독이 관객의 추리선상으로부터 범인을 따돌리기 위해 파놓은 함정이 있다면, 그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을 하나같이 사이코 기질이 다분한 변태 종자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범인 후보로 도저히 등재될 수 없을 것 같은 형사 아저씨까지 왕자병 걸린 섹스광으로 그렸을 정도니까. 하지만 감독이 만든 미로는 허술한 편인지라 조금만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살인마의 몽타주를 쉽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관객과의 머리싸움 대신 이 영화가 힘쏟은 부분은 찌르고, 가르고, 휘둘러대는 ‘호러액션’이다. R등급 판정을 우려해 상당한 분량의 장면을 편집했다는 감독의 후일담에도 불구하고, <발렌타인>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네명의 아리따운 여인이 흘린 피만으론 모자랐던지 범인의 칼날은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 수많은 인물들의 몸통을 난자한다. 이 영화가 주력한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네명의 여성이다. 데니스 리처즈가 굳이 비키니 차림으로 훌륭한 몸매를 과시하며 살해당한다는 점만 봐도 이 영화의 전략은 명확해 보인다. 전작 <캠퍼스 레전드>로 대성공을 거뒀던 신예 제이미 블랭크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신예감독으로서의 패기보다 장르의 관습을 단순반복하는 모습만 드러낸 듯해 아쉬움을 준다. 문석 기자 ssoo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