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한적한 교외에서 8구의 사체가 발견된다.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는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온 중년의 사내 앨런 화이트(존 허트). 사건의 내막을 묻는 경찰들에게 앨런은 아들 대니(닉 모런)와의 재회부터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려준다. 좀도둑에 불과하던 대니의 패거리들은 악명높은 폭력조직의 보스 빅터에게 갑부 윌리엄스의 납치를 의뢰받았다. 하지만 납치과정에서 실수로 그가 죽자, 대니는 아버지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앨런이 윌리엄스의 얼굴을 모르는 빅터에게 끌려가 몸값을 받아내고 죽어주는 대신,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여동생에게 자신의 심장을 기증하는 것이 거래의 조건. 그러나 일은 대니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유혈사태로 치닫는다.
■ Review
뉴 블러드. 직역하면 새로운, 신선한 피로 해석되는 이 제목은 ‘젊은이, 신인’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 영화에서 쓰인 대로라면, 그러니까 빅터의 사주로 윌리엄스 납치극을 주도하는 헬먼 패거리들이 대니 일행을 맞이할 때 던지는 말투대로라면 ‘초짜’ 혹은 ‘풋내기’란 어감에 더 가깝지만. <뉴 블러드>는 이들 초짜들, 자동차나 털었을까 총 한번 못 쏴본 대니와 친구들이 순진하게 한탕을 꿈꾸며 납치극에 뛰어든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8구의 시체라는 미궁을 먼저 제시한 영화는, 플래시백을 거듭하며 차츰 수수께끼의 전모를 풀어가는 스릴러 형식을 취한다.먼저 앨런의 플래시백. 아내와 함께 버리다시피했던 아들 대니가 8년 만에 찾아온다. 총상을 입은 아들은 그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윌리엄스 대신 죽어달라며,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약속한다. 빅터의 보복을 피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모는 대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바에야 아들의 심장으로 딸이라도 살리겠다는 앨런 부자의 기묘한 거래와 애증의 심리전은 납치극과 함께 드라마의 또다른 한축을 이룬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순간 아들은 초연할 수 없다. 결국 대니는 앨런을 살리기 위해 윌리엄스와 그의 돈에 관한 또다른 진실을 밝히고, 헬머와 빅터 일당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혈전을 벌인다.
초기 설정은 얼핏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연상하게 하지만, 대니 일행도, 영화 자체도, 그만한 행운을 누리지는 못했다. 네 친구들의 유쾌한 한탕을 쫓는 <록 스탁…>의 재기는 지양한 듯한데, 그렇다고 선배격인 <저수지의 개들>처럼 배신과 속임수가 뒤얽힌 욕망의 진창을 깊이 파고들지도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의 구성과 적당한 유혈액션, 부자의 갈등구조를 엮어놓은 시나리오는 제법 안정돼 있지만, ‘새로운 피’는 없다. 앨런 역의 노장 존 허트를 제외하고, <록 스탁…>의 닉 모런, <매트릭스>의 캐리 앤 모스 등 배우들의 개성에 비해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인 것도 심심한 부분. 25살의 ‘초짜’ 감독 마이클 허스트의 데뷔작으로, 저예산 범죄스릴러의 기본기 정도를 보여주는 범작이다.
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