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맥스(시고니 위버)와 페이지(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죽이 맞는 모녀다. 이들은 유명한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곤 한다. 맥스가 적당한 표적을 골라서 결혼을 한 뒤 페이지가 남자에게 덫을 놓아 이혼시키는 것. 이 기술을 이용해 모녀는 여덟명의 백만장자들의 돈을 뜯어낸다. 팜 비치에서 요트를 타고 다니면서 적당한 남자를 고르던 모녀는 윌리엄 텐시(진 해크먼)를 발견한다. 윌리엄 텐시는 담배회사 사장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맥스는 그를 유혹하기 위해 러시아 여인으로 변신해 프로포즈를 받아내려고 기를 쓴다. 한편, 페이지는 순수한 남자 잭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 Review
방금 결혼식을 마친 남자가 있다. 이 사람이 사무실에서 몸매가 근사한 여인의 유혹을 받는다.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가슴 등을 원없이 과시하는 거다. 결국 남자는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간다. 정해진 수순이다. 화면에 에로틱한 장면이 가득 넘쳐난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부인이 쳐들어오고 상황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유혹하던 여인은 어찌된 영문인지 남자 바지 지퍼에 머리카락이 꽉 조인 상태. 문제는 유혹하던 여인과 현장을 발견한 여인의 관계다. 이들이 모녀지간이라면? 그리고 이들이 미리 각본을 짜놓은 상황이라면? 영화는 기막힌 코미디가 되어버린다.<하트브레이커스>는 평범한 섹스코미디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미와 미셸>(1997)이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본 사람이라면 <하트브레이커스>는 그리 만만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로미와 미셸>로 감독 데뷔했으며 <심슨가족> 등의 TV시리즈 제작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머킨의 두 번째 영화다. 데이비드 머킨은 전작에서 ‘미운 오리’ 취급당했던 여인들이 동창회에 참석하면서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한편의 코미디로 담아낸 바 있다. 그는 <하트브레이커스>에서 사기꾼 모녀의 소동극을 엮어낸다. <하트브레이커스>는 적절한 캐스팅과 배우들 연기에 상당 부분 의존한 영화다. 여전사 이미지로 주로 알려진 시고니 위버가 괴상한 러시아 악센트를 구사하면서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며 진 해크먼은 자신이 코믹 연기에도 정통하다는 걸 과시한다. 평소 담배연기조차 싫어한다는 그는 영화 내내 기침을 하면서도 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골초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내고 있다. 이 밖에도 레이 리오타, 앤 밴크로포트 등의 배우가 잠깐씩 얼굴을 비춘다.
<하트브레이커스>는 어느 외지의 평을 빌리자면 “웃음과 생각을 동시에 주는 영화. 배우들 연기가 살아 있는” 영화다. 육체파 미인의 백만장자 꼬시기 작전은 마릴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1959) 이후 할리우드영화의 단골소재가 되어왔다. <하트브레이커스>에선 남자들을 쩔쩔매게 하는 여성들 육체가 거의 ‘무기’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한다. 그래서 더 웃음을 자아내는지도 모르지만.
김의찬/ 영화평론가 sozinh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