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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게임을 할걸 그랬다는 회한, <둠>
김현정 2005-11-29

화성 올더바이 연구소에서 고대 유적을 연구 중이던 과학자들이 감염원인 생명체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감염원 박멸과 직원 대피 임무를 부여받은 해병대원 써지(더 록)는 특수부대를 이끌고 지구와 화성을 직접 잇는 ‘아크’를 통해 연구소에 도착한다. 군인 중 한명인 리퍼(칼 어반)는 십년 전 화성의 고대 유적지에서 부모를 잃은 상처가 있는 인물. 고고학자인 그의 쌍둥이 누이 사만다는 부대원들이 사살한 괴물을 해부하여 멸망한 화성 종족이 지니고 있었던 24번째 슈퍼 염색체를 발견하고, 부대원들은 아크를 봉쇄한 채 유적지로 들어가 괴물들과 사투를 벌인다.

1인칭 사격게임 <>을 기반으로 영화 <>을 제작한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는 “진정한 도전은 게임을 하지 않는 관객도 똑같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이, 그것도 좋은 원작이 있는 영화의 제작진은 흔히 그렇게 말하곤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PC나 비디오 게임 <>을 해본 적이 없는 관객도 좋아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게임에 빠져 있던 관객조차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 <엑시트 운즈>로 현란한 액션을 안무했던 감독 안드레이 바르코비악은 후자에 해당하는 듯하다. 총잡이의 시점으로 전개되어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주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를 보고 나면, 그냥 게임을 할걸 그랬다는 회한이 밀려온다.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충분했다. <레비아탄> <에이리언> <시체들의 새벽> 등을 고루 섞어놓은 듯한 <>은 지능과 체력을 높여주는 슈퍼 유전자와 화성 인류 멸망의 비밀, 오랫동안 등돌리고 살아온 쌍둥이 남매의 화해, 폐쇄통로에서의 추격전, 한때는 동료였고 친구였던 시체를 또 한번 죽여야 하는 지옥도까지, 없는 게 없는 남대문시장과도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순박하리 만치 이 설정들을 무시하고 오직 총싸움만 하려고 한다. 적당한 육탄전을 더한 총싸움만 있다 해도 재미있는 영화일 수는 있다. 이연걸 빼면 시체였던 <로미오 머스트 다이>가 그랬다. 그러나 무표정하기로 치면 아놀드 슈워제네거 못지않은 전직 레슬러 더 록은 허리 아래 발차기로 일관했던 <엑시트 운즈>의 둔중한 스티븐 시걸에 가깝고, 다른 게이머의 슈팅 게임을 지켜보는 일 또한 지루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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