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서기 2065년, 이미 수십년전에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에너지 삼아 세를 불려가고, 지구의 생명체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방벽 도시에서 지구를 소생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혀가던 아키 박사는 외계인들에 대항할 수 있는 파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8개의 영혼을 채집하기위해 목숨을 건 모험도 불사하고, 전쟁 영웅 그레이는 첨단 무기를 보유한 군대를 이끌고 힘겨운 전투를 벌인다. 아키는 자신의 꿈에 나타나는 외계인들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믿고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애쓰지만, 위원회의 실력자 헤인장군은 지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강력 무기로 외계인을 응징하려 한다.
■ Review
“판타지가 현실이 된다”는 <파이널 환타지>의 홍보 문구는 여러모로 적절했다. 주인공 아키의 꿈(판타지)은 머지않은 미래의 예실일 뿐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열쇠다. 살아남은 군인들은 보이지 않는 외계인을 무찌르고, 아키는 영혼을 채집해 외계인에 대항할 방어 기제를 만든다. <파이널 환타지>를 이끌어나가는 동력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것은 스토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스토리는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인간들을 쏙 빼닮은 가상의 배우들로 인해 생명력을 얻고 있다. 그들이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다. 현지 언론이 <파이널 환타지>를 무성영화나 3D 애니케이션의 등장에 비견되는 영화사의 `사건`으로 추어올리며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한 <파이널 환타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키의 꿈 이미지나 외계인과의 결투 스펙터클도 장관이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인간 캐릭터의 실재감이다.
95년 3D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등장한 뒤, 컴퓨터로 부활시킬 수 있는 대상은 장난감이나 곤충 또는 괴물에 한정됐다. 사람의 피부 질감이나 머릿결, 표정과 액션 연출은 난이도가 높기 때문. <파이널 환타지>는 이제껏 애니메이션 기획자들이 꺼려온 인간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것도 특징만 살리는 캐리커쳐가 아니라, 최대한 인간에 가까워보이는 정밀묘사로. 제작인은 그 성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시`(과시)하고 있다. 6만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주인공 아키는 가능하면 자주 바람을 쐬고 자주 고개를 흔들어 샴푸모델로도 손색이 없을 탐스런 머릿결을 자랑한다. 모공과 주근깨, 면도 자국과 잔주름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도 여러 번 시도한다.
`완벽하지 않은 피부 상태`까지 사람을 모방해내고 있는데, 특히 70대의 노박사 시드와 흑인 병사 라이언은 진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파이널 환타지>가 모방하고 있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이미 기존의 액션 블록버스터로 익숙한 추격신과 폭파신 등을 역시 익숙한 카메라 앵글로 담고, 심지어 의도적인 포커스 아웃으로 실사영화의 원근감까지 훔쳐온다. 야심찬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의 `경쟁 상대`는 바로 실사영화인 것이다.
컴퓨터게임 시리즈 <파이널 환타지>가 언제부턴가 `비주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게임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하는데, 영화판 <파이널 환타지>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게임의 창시자이자 영화의 감독인 히로노부 사카구치와 <아폴로13>의 시나리오팀이 머리를 모은 시나리오는 <에이리언>과 <스타트랙>을 결합해놓은 듯하지만 그 이상의 독창성이나 재기가 엿보이지 않는다. `육체가 죽으면 영혼은 지구 생명체의 근원인 가이아로 돌아간다`는 이론이나 거기서 뻗어나온 `지구 생명의 신비`라는 테마는, 차갑고 어두운 영화의 금속성 질감에 녹아들지 못한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신비로운 테마, 남녀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 대다수 캐릭터의 죽음이 빚어내는 비장미,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기본적인 캐릭터 구축이 부실한 이유로, 감정을 이입해 딸가기가 힘들어진다. 생김새냐 마음씨냐, 만듦새냐 스토리냐 사이의 가치 판단처럼 무의미한 일도 없지만, 분명한 것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옷도, 퇴행적인 스토리와 평면적인 캐릭터의 험루을 가려주진 못한다는 사실이다.
<파이널 환타지>는 혈통은 물론 장르에서도 `혼성`이자 `제 3자`다. 게임을 토대로 한 영화이고, 일본 게임 제작사와 할리우드 스튜디오으 합작품이며, 실사 영화와 실제 배우를 모방한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독자적인 장르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예감케 한다.4년동안 1억 4천만달러를 들였으니, 초기 비용이 조금 과하긴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7월 13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4위(1140만달러)로 다소 실망스럽게 출발했다.
박은영 기사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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