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 올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종교적인 기적이나 빤히 보고서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예나 지금이나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다. 오래가진 못했지만 1999년 미국에서 개봉한 첫주에 <식스 센스>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스티그마타>는 초자연적인 힘에 영혼과 육체를 저당잡힌 프랭크를 내세운다. 그녀의 몸엔 예수의 성스러운 상처가 새겨지고 조사나온 앤드루 신부는 결국 그녀를 조종한 힘이 이단으로 몰려 바티칸으로부터 파문당한 한 신부의 영혼이었음을 밝혀낸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했던 루퍼트 웨인라잇은 쉴새없이 관객의 눈과 귀를 공격한다. 강렬한 록 사운드에다 갑자기 몽환적인 읊조림을 이어 붙이거나 한 프레임 내에 여러 이미지를 중첩한 <스티그마타>를 두고 <LA타임스>는 ‘90년대 MTV 버전의 엑소시스트’라 평했다.
하지만 강력했던 초반의 MTV식 몽타주는 점점 단순한 충격 효과에 그치고, 빠르고 현란한 시각적 장치들은 현기증만 증폭시킨다. 프랭키는 댄스클럽을 들락거리며 술과 섹스를 즐기는 에덴의 ‘이브’에서, 첫 번째 고통과 함께 상상 임신을 하게 되는 성모 ‘마리아’로,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로 숨가쁘게 변신하지만, 캐릭터의 내면적 변화는 실감나게 묘사되지 않는다. 명석하고 신실해 보이긴 하지만 프랭키를 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바티칸에 맞서는 앤드루 신부의 고뇌나 분노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스피드와 화려한 외양으로 에너지를 얻으려 했던 <스티그마타>는 과잉에 가까운 형식적 장치들로 인해 오히려 캐릭터들의 기본 영양소를 파괴한다.
<트루 로맨스> <로스트 하이웨이>를 비롯해서 최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상근무>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상대역으로 나온 패트리샤 아퀘트가 프랭키 페이지 역을 맡았고, 1981년 존 부어맨 감독의 <엑스칼리버>로 데뷔한 뒤 <밀러스크로싱> <유주얼 서스펙트> <엔드 오브 데이즈> 등에 출연해온 가브리엘 번이 앤드루 키어난 신부 역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