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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순지의 매력과 한계, <4월 이야기>

이와이 순지 감독에게서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첫 번째 편지엔 ‘망자(亡者)에 대한 그리움’이 적혀 있었다. 이번엔 ‘애틋한 첫사랑’이다.

이와이 순지 감독 영화는 한편의 연애만화와 다를 바 없다. 남녀의 통속적인 로맨스를 즐겨 다룬다. 그런데 방식이 남다르다. 죽은 이에 대한 사랑이야기(<러브 레터>)거나 결박 강박증을 앓는 어느 남녀(<언두>)일 때도 있다. <4월 이야기>는 첫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여성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이 흔해 빠진 연애담을 이와이 순지 감독은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일상의 자그마한 비밀, 그리고 문득 찾아오는 사랑의 기적을 마법처럼 빚어내는 것이다.

<4월 이야기>의 히로인은 마쓰 다카코. <러브 제너레이션>이라는 트렌디 드라마로 일본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4월 이야기>에서 마쓰 다카코는 풋풋한 미소로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특별한 절정부 없이 부드럽게 전개된다. 대학 신입생의 어수선한 생활,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뒤밟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도쿄의 풍경. 하늘에서 벚꽃이 날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황홀경이다. 한장의 그림엽서 같다. <러브 레터>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재미난 주변 캐릭터가 여럿 있다. 늘 엉뚱한 이야기를 던지는 사오정 캐릭터에서, 제 맘대로 짐을 처분하는 이삿짐 센터 직원까지, 다양한 인물이 웃음꽃을 피운다.

<4월 이야기>를 보면 이와이 순지의 매력이 무엇이며 한계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만화와 TV드라마, 뮤직비디오의 특성을 동원해 예쁘장한 소품을 창조해낸다. 반면, 지나치게 개인적이다. 일본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임엔 분명하지만 그의 영화는 주류영화의 틀 자체를 변화시킬 정도의 혁신성이 부족해보인다. 그럼에도 <4월 이야기>에서 감독은 ‘청춘’의 풋풋함과 설렘의 감정을 잡아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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