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이리나 비요클룬트)는 왜 사람이 따분하게 일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쾌락주의자다. 그녀는 열정이 많다. 그러나 그 열정을 쏟을 대상이 없어 일상이 더 따분하다.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집세도 내지 않고 막연히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던 밀라는, 바에서 만난 남자 아키 모리슨(새뮬리 에델만)과 하룻밤을 보내고 연인이 된다. 아키는 헤로인 중독자였던 아내와 이혼하고 열살 남짓한 아들 요나스(루프 카리스토)와 둘이 사는 남자. 아키는 마약 밀수단의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밀라에게 숨기지만, 뒤늦게 밀라가 눈치챈다.

제법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국내 제명을 가진 영화 <정사3>는 원제가 ‘Me and Morrison’이다. 말하자면 밀라와 아키의 이야기이고, 정말 두 사람만의 이야기다. 세상을 탈출하고 싶다는 건 밀라만의 얘기가 아니라 아키의 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서 나는 상상을 해봐”, “네가 경도를 지정하면 내가 위도를 정할 테니 그곳으로 떠나자”는 식의 바람 같은 말들을 매일, 온종일 주고받는다. 그러나 그 말은 와닿지가 않는다. 밀라는 하루에 반나절은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그 삶에 절제라는 게 없다. 그런 그녀가 갈망해 마지않는 완전한 자유란 대체 무엇일까. 아키는 발트해 건너의 마약상으로부터 받아와야 할 마약을 빼돌릴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는 다른 생각 없이 그 일상에 충실하다. 그런 그가 갈망해 마지않는 완전한 자유란 대체 무엇일까!

제목과 달리 야한 구석도 없는 이 영화는 사회 부적응자의 방황과 탈출 내지는 열정 하나로 모든 것에 부딪치는 젊음을 그리려고 했던 것 같다. 밀라가 직장을 뛰쳐나와 우울한 맘으로 커피숍에 들어서서 멍하니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리고 멜랑콜리한 음악이 배경에 깔릴 때까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물론 그조차도 속아주기 쉽지 않지만. <정사3>는 막 사랑에 빠진 남녀의 행복을 상투적으로 묘사한 장면들과 ‘자유롭고 싶다’는 한탄조의 대사들과 마약을 빼돌리는 과정의 엉성한 드라마와 그외 이 셋과는 아무 관련없는 장면들로 이뤄져 있다. 우울함에 빠졌을 때 앙각으로 잡히는 밀라의 클로즈업, 상실감을 못 이겨 나체로 집안을 휘젓는 아키의 롱테이크는 보는 순간 황당하다. 음악도 일관성이 없다. 신파조의 스코어와 모던록 넘버가 번갈아 센스없게 흘러나온다. 그러고보니 영화의 만듦새 자체가, 이해 불가능한 밀라와 아키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