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형이자, 남편인 한 사내(율리히 톰센)가 자신이 일군 화목한 가정을 떠나 전장으로 떠난다. 그러나 그는 무사귀환하지 못한다. 아프가니스탄 게릴라의 공격을 받고 그들의 포로가 된 이 사내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감행한다. 그 사이 그의 사망 통지를 받은 가족들은 가족의 중심을 잃고 슬픔에 휩싸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살아남은 자들은 어찌됐건, 살게 마련이다. 가족들이 그의 부재에 적응해나갈 무렵, 그가 거짓말처럼 살아 돌아온다. 문제는 바로 여기,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2005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던 <브라더스>에는 제목 그대로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형제가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영화의 초점은 형제애 혹은 형제의 갈등 자체보다도 전쟁과 가족애라는 두개의 대립축에 맞춰진다. 영화는 모든 것을 포용하던 단란한 가정이 자기 파괴적인 전쟁을 겪고 다시 예전의 화목함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 과정의 필연성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전쟁에서 돌아온 그는 전쟁의 비극을 함께 데리고 와서 평화로운 가정에 전쟁의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의 부재는 슬픔 속에서 극복될 수 있어도 누군가의 현존이 불러오는 폭력성은 견딜 수 없는 법이다. 그는 이제 평온한 가정을 광기의 얼룩으로 물들이는 이방인이 되고 만 것이다. 이는 수많은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전쟁에서 귀향하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와 ‘그 남자에게 내재된 전쟁의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여기에 형의 부재 중, 형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아우(니콜라이 리 카스)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형수를 중심으로 묘한 긴장관계에 빠진 형과 아우의 이야기를 첨가하고 있다.
<브라더스>가 내세우는 이러한 골격은 전쟁과 가족을 다루는 가장 대중적이고도 전통적인 서사구조로 보인다. 그런데 영화는 형의 광기도, 전쟁의 참혹함도, 가족의 균열도, 형수와 아우의 묘한 관계도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고 세밀한 묘사를 거둠으로써 드라마의 긴장을 약화시킨다. 그렇다고 용서와 화해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영화는 전쟁에 관한 꽤 다양한 이슈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그 어떤 이슈에 관해서도 깊이있는 성찰에 이르지는 못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