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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들의 원초적 무용담, <블레이드3>
이종도 2004-12-14

2편에서 할말은 다 했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았던 웨슬리 스나입스의 짧고 솔직하고 단순한 작별인사.

뱀파이어들이 천장에서 뿜어 내려오는 피로 샤워를 하며 춤을 추는 나이트클럽 장면만으로도 <블레이드 1>은 흥분제라고 부를 만하다. <헬보이>의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 2편은 1편을 어린애 장난으로 만들 정도로 격렬한 혈관 수축을 부르는 아드레날린 촉진제였다. 테크노 리듬 속에서 뱀파이어를 잿더미로 만드는 스타일 강한 액션은 물론이거니와 아들이 아버지를 물어뜯고 아버지가 딸을 죽음으로 내모는 전도된 관계가 잘 짜인 이야기와 서로 잘 스며들었다. 뱀파이어가 얼마나 무궁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창조적으로 변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고 할까. 할 얘기는 끝도 없이 더 이어질 듯했다.

2편에서 에일리언적인 해부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자외선 폭탄 등의 신필살기로 중무장했던 블레이드 웨슬리 스나입스는 3편에선 좀더 담백한 모습을 보여준다. 창조적 변용보다는 맨주먹과 칼 그리고 활로 뱀파이어를 잡는 원초적 무용담을 택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부피도 함께 줄어들면서 뱀파이어가 본디 내장하고 있는 섹스와 정치의 폭발력은 시들해졌다. 무엇보다 광란의 나이트클럽 장면이 3편에서만 빠졌다는 점이 섭섭하다. 블레이드를 돕기 위해 새로 가담한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의 싱거운 농담 대신 미국의 노숙자 수백만명을 잡아들여 피를 빨아먹는다는 에피소드 등을 더 강조했더라면 블레이드는 시리즈 상업영화사에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대비가 더 뚜렷해졌고, 오로지 시원한 액션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이번 블레이드는 컬트적 성격이 희박해졌다. 휘슬러 역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을 영화적 안락사로 퇴장시킨 다음 휘슬러의 딸 애비게일(제시카 빌)을 내세운 탓도 크다. 도입부의 터널 안 차 추격장면 등은 전편에서 맛보지 못한 스펙터클이다. 뱀파이어 이야기 특유의 음습하면서도 야릇한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도 여럿 된다. 1, 2편의 뱀파이어들이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편성된 데 불만이었다면 3편에서는 좀더 느긋한 마음으로 미녀의 어금니에 목을 맡겨도 좋을 것이다. 한데,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블레이드의 탄생 자체가 자못 심각한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가? 패스트리 빵처럼 겹겹이 쌓인 뱀파이어 이야기의 복잡함이 주는 재미는 어디로 간 거지? 원조 뱀파이어라 할 드라큘라를 악의 근원으로 삼아 벌이는 대결은 전편에 비해 단순하지 않은가? 만약 이렇게 묻는다면 3편은 인상적인 작별인사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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