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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걸>의 제작과정 훔쳐보기, <섹스 이즈 코메디>

<팻 걸>의 제작과정을 훔쳐보는 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운 영화.

영화는 감독과 배우의 욕망을 그물로 엮어낸다. 그러나 그 그물은 ‘내가 너의 욕망을 읽어주지’라고 말하며 사실은 자신의 욕망에 배우의 욕망을 꿰맞추는 위대한 감독의 손아귀 안에서 완성된다. 그러므로 “배우에겐 고통을”이라는 어느 감독의 말에 덧붙여 이 영화는, 배우와 스탭의 고통을 통해 ‘감독에겐 창작의 환희를!’이라고 외친다. 감독과 배우의 욕망이 엇갈리면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의 묘한 숨막힘은 감독의 컷 사인과 함께 사라지고 스크린 위에는 오직 감독의 머릿속에서 정렬된 욕망이 자리잡는다. 이 영화는 <아메리카의 밤>에서 트뤼포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애정과는 달리 감독의 깐깐한 자의식과 욕망을, 심지어 창조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숱한 ‘못할 짓’들을 진지하고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그 중심에는 여신 같은 감독과 ‘바보 같은’ 남자들이 있다.

감독 잔느(안 파릴로)가 자신의 자의식이 온전히 살아 있는 영화를 찍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뚫고 나가는 과정에서 그녀를 지탱하는 키워드는 단연 ‘컨트롤’이다. 세트장에서 안정을 느끼고 “배우는 재료에 불과하다”고 당연한 듯 말하는 그녀에게 영화의 성패는 외적 조건들이 자신의 말에 얼마나 순응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듯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남자배우와 여자배우가 잔느의 까다로운 요구에 반응하는 각각의 방식에 있다. “배우의 본질은 여성”이라는 잔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영화 속에서 남자배우는 그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남자배우를 어르고 달래면서도 그를 ‘대상’으로 인식하는 잔느의 양가감정은 결국 그로 하여금 그녀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안달하게 만든다. 그 잘난 자존심을 던져버린 남자배우가 모조 성기를 달고 우스꽝스럽게 촬영장을 배회할 때, 잔느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란 실로 승리한 자의 그것이다.

반면, 잔느의 말에 언제나 깊게 수긍하는 말없는 여배우의 고통스런 몸짓 연기에는 위대한 언니, 잔느(혹은 브레이야)의 언어를 마치 세상의 진리로 체화한 듯한 인상이 있다. 그러나 어린 여배우가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하는 역할을 보고 있자면 지금 브레이야에게 필요한 건 여배우를 등 뒤에서 안고 다독이며 ‘그래, 우린 여자야’라는 감상에 빠지는 대신 여배우의 눈과 입과 욕망에 언어를 주어 그녀가 감히 감독에게, 감독 자신보다 도발적으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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