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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로 죽은 자의 얼굴을 유추하라, <페이스>

복안으로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두개골, 죽은 자는 누구이고 범인은 어디에 있는가?

원혼은 다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수없이 들었던 괴담에서 꾸준히 반복되는 교훈은 그것이다. 억울하게 죽어 한이 맺힌 자들은 산 자에게 간곡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공포의 강을 건널 수만 있다면 원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의 전제는 이처럼 유서 깊은 귀신 이야기다. 피부나 머리카락처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하나도 없는 두개골이 있다. 누구의 두개골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복안’이다. 두개골로 죽은 자의 얼굴을 유추, 재현하는 방법인 복안으로 죽은 자의 얼굴이 하나둘 맞춰진다. 그것이 누구의 얼굴이냐가 <페이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4년 전 복안 전문가를 만나면서 시작된 <페이스>는 원귀가 나오는 공포영화인 동시에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은 과학수사연구소의 복안 전문가 현민(신현준).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어린 딸이 안쓰러운 그는 연구소에 사표를 던지고 딸의 간호에 열중하기로 결심한다. 약물로 피부를 녹여 두개골만 남은 사체가 잇따라 발견된 것이 그 무렵이다. 복안을 위해선 절대적으로 현민이 필요하지만 그는 더이상 일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집에 틀어박힌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의 후배 선영(송윤아)이 현민을 찾아와 제발 수사를 도와달라며 두개골을 놓고 간다. 그날 밤 현민은 악몽을 꾸고 그의 집에선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페이스>는 복안과 함께 장기밀매를 중요한 소재로 택하고 있다. 현민의 복안 과정과 나란히 진행되는 사건 수사의 과정은 사체를 녹인 범죄가 장기밀매와 관련돼 있음을 암시한다. 현민에게 얼마 전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딸이 있다는 사실이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페이스>의 감독은 1997년 <길목>으로 프리부르영화제 단편부문 대상를 탔던 유상곤씨. <체온> <부적격자> <이른 여름, 수퍼맨> 등 여러 단편영화를 만들어 독립영화계에선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가 공포의 당위성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왓 라이즈 비니스>와 유사하며, 스타일 면에선 할리우드식 간결한 색채와 사운드, 일본영화의 기묘한 공포감이 결합된 형태일 것이라고 밝혔다. 후반작업 지연으로 6월 첫주까지 시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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