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셜리즘을 극도로 경계했던 닥터 수스의 유명한 동화 <그린치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가 짐 캐리 주연의 영화로 개봉됐을 때 쏟아졌던 혹평들은 대부분 닥터 수스의 핵심을 완전히 놓쳐버렸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누구나 환호할 법한 판타지와 고도의 심술궂은 유머를 효과적으로 결합시켰던 닥터 수스의 ‘간결한’ 작품이 할리우드의 빵빵한 특수효과와 조우하는 순간, 닥터 수스의 우려대로 그것은 정말 기형적으로 텅 빈 스펙터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린치>의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닥터 수스의 또 다른 작품 <모자 쓴 고양이>를 영화화하면서 <그린치>의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양이 역의 마이크 마이어스는 두꺼운 고양이 속에 파묻혀서 어찌할 바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의 감시 아래 따분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재밌게 놀고 싶지 않니?”라고 유혹하며 그 나이 또래가 즐길 수 있는 최대한의 무정부주의적 해방감을 선사해야 할 고양이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나 섹시 가이 오스틴으로서 ‘성인’을 위한 음탕한 즐거움을 발산해왔던 마이크 마이어스에게 균형이 맞지 않는 역할이다. 그는 오스틴과 고양이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게 지루한 슬랩스틱을 되풀이할 뿐이다.
팀 버튼의 영화 미술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더 캣>의 세트를 보고 반가울 것이다. <가위손>과 <유령수업>을 작업한 바 있는 프로덕션디자이너 출신 감독 보 웰치는 고양이의 판타지 월드를 형형색색 인공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가능한 한 충분히 그 미관을 즐기시라, 그것을 제외하면 <더 캣>에서 취할 수 있는 즐거움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더 캣>은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즐거움이 아니라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즐거움(게다가 자본의 위력으로만 가능해지는 번지르르한 쾌락)을 프레임 속에 꽉꽉 쟁여놓았지만, 양쪽 모두에게 그다지 유쾌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