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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만점의 스파게티 웨스턴,<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 Story

현 대통령과 거대 마약상 바리요(윌렘 데포)가 무력으로 대치 중인 혼돈의 멕시코. 부인(샐마 헤이엑)과 딸이 살해당한 아픈 기억을 지니고 은둔생활을 하던 ‘엘 마리아치’(안토니오 반데라스)는 CIA요원 샌즈(조니 뎁)에게 바리요와 결탁한 마르케즈 장군을 암살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엘 마리아치는 친구들을 모아 전선에 뛰어든다.

■ Review

23살의 나이에 감독, 제작, 각본, 촬영, 미술, 편집, 음악을 혼자 도맡아 단돈 7천달러에 완성한 <엘 마리아치>(1992)가 선댄스에서 관객상을 받자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할리우드의 보배로 점찍혔다. 인기에 힘입은 <엘 마리아치>는 미국에서 스페인어로 개봉된 최초의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뒤 로드리게즈는 인력과 기술을 등에 업고 할리우드판 <엘 마리아치>인 <데스페라도>를 1995년에 완성했다. 몇편의 영화들을 지나 로드리게즈는 다시 원형 같은 그 소재에 손을 대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를 만들었다. 주인공 엘 마리아치를 <데스페라도>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다시 맡고, 역시 <데스페라도>에 연인으로 출연했던 샐마 헤이엑이 등장하고, 비중있는 캐릭터로 조니 뎁이 가세하고, 윌렘 데포가 악당 바리요 역을 맡고, 한물갔지만 여전히 섹시한 미키 루크가 서슴없이 조역을 맡았다.

먼저 눈여겨볼 것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가 <엘 마리아치>나 <데스페라도>의 ‘속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굳이 붙이자면 이것은 ‘증식판’이다. 로드리게즈는 기타 케이스에 총을 넣고 다니는 사나이의 사랑과 복수라는 소재로 세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기본적인 틀거리를 제외하곤 항상 새로 수선을 가한다. 그는 단순히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모든 아이템을 동원하여 영화를 증식시킨다. 따라서 앞 이야기를 전제로 충실한 이야기를 이어붙이려들수록 영화는 점점 더 새로운 가지를 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서 로드리게즈는 전작들의 외형적인 구조를 다시 한번 복제한다. 그러나 플롯과 스토리를 재설정한다. 엘 마리아치를 둘러싼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관계들도 새로 설정된다. 역할과 무게에서도 변형을 준다. 같은 사건을 다루어도 시퀀스의 위치를 바꿔놓음으로써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엘 마리아치>와 <데스페라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를 같이 놓고보면 어디에서 들고나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많은 예들 중 한 가지. 엘 마리아치의 신화를 소개하는 영화의 도입부, 그리고 그 소개를 맡은 인물의 스타일과 역할. 실제로 CIA 요원이었던 로드리게즈의 삼촌을 모델로 했다는 샌즈(조니 뎁)는 이 영화에서 또 한명의 주인공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영화에서 엘 마리아치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액션을 끌어간다면 샌즈 역의 조니 뎁은 감정과 스토리를 끌어간다.

영화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눅눅하고 공허한 정서를 되살리려고 한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줌 인 아웃을 반복하고, 내용적으로는 광장의 결투장으로 인물들을 끌어낸다.

타란티노의 훈수가 동기가 되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라는 제목이 되었지만(타란티노는 <데스페라도>를 만들던 로드리게즈에게 “당신은 지금 <달러> 삼부작을 만들고 있군요. 다음 영화의 제목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로 하지 그래요”라고 말해 이 제목의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로드리게즈는 제목만 그렇게 붙여놓은 것이 아니다. 로드리게즈는 ‘<달러> 삼부작’ 혹은 <얼굴없는 사나이> 시리즈, 우리에게는 <황야의 무법자> 삼부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영화에 오마주를 바친다. 이 영화의 액션이 처지는 것은 그 스파게티 웨스턴의 공허한 정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데스페라도>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의 속도감을 비교한다면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또는 그의 다른 영화 <패컬티>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숨가쁜 편집을 기억해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렇게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다.

로드리게즈는 이번 영화에서도 1인7역을 해내며 이 소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일반의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지향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파게티 웨스턴의 눅눅하고 공허한 정서를 되살리려고 한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줌 인 아웃을 반복하고, 내용적으로는 광장의 결투장으로 인물들을 끌어낸다. 이 영화에 <요짐보>의 그림자가 있는 이유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세르지오 레오네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각색하여 <황야의 무법자>를 만들었다)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충분했기 때문이다.

같은 소재를 반복해서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다르지만 이유가 있다. 로드리게즈에게 그 이유란 아마도 ‘테크놀로지에 대한 매혹’일 것이다.<스파이키드>를 3D로 만들었던 로드리게즈에게는 HD카메라로 찍어낼 엘 마리아치의 신화가 눈에 선했을 것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는 지나친 자기 최면에 걸린 영화라는 점에서 어수선한 면이 있지만, HD카메라로 찍어낸 스파게티 웨스턴을 경험한다는 면에서는 흥미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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