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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와 담이 약한 사람들은 피해야 할 영화,<엑스텐션>
박은영 2003-08-27
■ Story

단짝친구 마리(세실 드 프랑스)와 알렉스(메이벤)는 외딴 시골로 공부하러 떠난다. 알렉스의 가족이 머무는 시골집에서 묵던 밤, 낯선 남자가 침입해 온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다. 남자가 알렉스를 데리고 떠나자, 마리는 긴 추적 끝에 친구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 Review

새벽녘 숲속을 달리는 여자.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친구의 가족은 모두 죽었고, 친구는 끌려갔다. 살인마의 뒤를 쫓아왔지만, 그의 눈에 띄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죽거나 죽이거나. 끔찍한 학살극의 목격자인 주인공의 시선과 심리는, 꼭 그만큼의 공포와 긴장을 객석에 전염시킨다. <엑스텐션>은 그래서 깨어나고 싶은 악몽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어떤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다. 지나친 복습과 외딴집은 위험하다는 것밖에는.” 감독의 농담 같은 고백처럼 <엑스텐션>은 심오하지 않다. 어둠, 밀실(그리고 길), 미지의 살인마를 조합해 엄청난 희생을 부르고, 또 주인공조차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런 공포를 즐기거나 혐오하면 그뿐이다. 그런데 피와 살점이 튀는 사지절단 난도질 영화 특유의 희희낙락하는 분위기나 유머도 없이 시종일관 조여오기만 하던 이 영화는 후반부에 간단치 않은 속내를 드러낸다. 미친 살인마의 하룻밤 행적, 그 말미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는 반전을 풀어놓는 것. 이 반전은 둔중한 충격과 공포로 다가오지만, 초반부터 이에 대한 직간접적인 암시가 잦았고, 스토리의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치기 어려운 흠이다.

78년생으로 그 자신이 영화광이기도 한 알렉상드르 아야의 두 번째 작품. 어린 시절 감독에게 ‘절대공포’를 선사했다는 <이블 데드> <샤이닝> <텍사스 대학살> 등에 대한 오마주를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부터 <아스테릭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거친 베테랑 특수분장가 지아네토 드 로시의 솜씨도 시각적 재미와 공포를 더한다. 가구 모서리에 머리가 쓸려 떨어져나가고, 전기톱에 온몸을 난자당하는 등의 잔혹한 장면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으로 16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개봉 대기 중인 미국에서도 NC-17등급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한다. 비위와 담이 약한 사람들은 피해야 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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