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어느 날,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제안하는 팩스가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날아든다. 이에 한국의 상부기관은 회의를 소집, 우승팀에는 선수 전원에게 잔형을 감해주겠다며 전국대회를 열겠다고 부산을 떨지만, 당사자인 전국의 교도소장들은 떨떠름할 뿐이다. 원주교도소의 장 소장(박인환) 역시 공연히 나섰다 망신만 살 게 뻔한 자리에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여섯개 출전 팀을 뽑은 결과 원주 교도소가 포함되고, 결국 전직 축구선수였다 부상으로 교도관의 길을 택한 방 감독(황인성)을 비롯해 열다섯명의 죄수들이 ‘희망’팀의 선수로 뽑히게 된다.
■ Review
<교도소 월드컵>은 의도된 농담이며, 광고 카피처럼 ‘Goal 때리는 영화’다. UN이 교도소 월드컵을 주최한다는 설정부터 말이 안되지만, 선수로 나서는 죄수들도 하나같이 현실감 없이 과장된 캐릭터들이며, 당연히 앞뒤 연결도 엉성하다. 개그콘서트와 별 다를바 없는 좌충우돌 소동과 황당한 농담 속에 <교도소 월드컵>은 그러나 갇힌 자들의 고뇌와 휴머니티라는 진담을 슬쩍 묻어놓는다.<교도소 월드컵>은 무대가 대학이 아니라 감옥이고 계기가 스모가 아니라 축구라는 점을 빼면 수오 마사유키의 <으랏차차 스모부>와 비슷하다. 격리되고 소외된 이들이 대형사고를 친다는 소재는 언제나 매력있다. <교도소 월드컵>의 남다른 무기는 대단한 입심의 유머와 어지러울만큼 가파른 편집이다. 카메라는 15명 죄수의 표정과 동작을 쉴새 없이 오가고, 관객은 코미디로선 드물게 많은 1900컷을 헐떡거리며 쫓아가야 한다.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아래서 외롭게 사는 인물들이다보니, 반듯한 관객이라면 다소 비위가 상할만한 성과 배설에 관한 유머도 제법 눈에 띤다.
<교도소 월드컵>의 유머는 일관성은 있지만 너무 반복적인 게 흠이다. 예컨대, 욕을 달고 사는 개심통(장두이)이란 인물의 '니기미'로 시작되는 악다구니는 처음이나 끝이나 별 변화가 없어 뒤로 갈수록 듣기 거북해진다. 열패감에 빠진 죄수들이 생의 에너지를 되찾고 인간적 유대를 회복한다는 묵직한 진담도 이런 다변과 소동의 유머에 묻혀 큰 실감이 안난다. 다만, 사형수인 빵장(정진영)만은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의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편이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흥미로운 개성은 있지만 별다른 입체감이 없어, 심금을 울릴 수도 있었던 결말이 얼마간 허전하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