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가난한 양치기 집안의 막내 다윗은 어느 날 예언자 사무엘로부터 ‘이스라엘의 왕’이 되리라는 예언을 듣는다. 양치는 들판에서 하프켜기를 즐기는 다윗. 왕좌유지에 대한 불안으로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사울 왕을 음악으로 치유하기 위해 궁궐에서는 소년 다윗을 불러들인다. 궁궐에 들어온 다윗은 곧 말괄량이 미갈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 날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침공하고, 소년 다윗은 작은 돌 하나로 골리앗을 쓰러뜨린다. 그 대가로 사울 왕은 훗날 다윗을 미갈 공주와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다. 전쟁영웅으로 자라나는 다윗.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사울 왕은 약속대로 그를 공주와 맺어주는 대신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그를 제거하려 한다.
Review
국내 제작사가 할리우드 기획사와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 2년의 제작기간과 43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 이야기는 잘 알려진 성경의 ‘다윗’이야기. 양치기 소년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속도감 있게 담겨져 있다. 속도감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75분이라는, 장편치고는 짧은 러닝타임에 모든 이야기를 넣다보니 다윗이 궁궐에 들어가고, 골리앗을 물리치고, 승승장구 국민적인 영웅이 되는 장면들은 하나하나 극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간략히 언급하다시피 훑어지는 데 그쳤다.
<더 킹>에서 다윗의 ‘출세’스토리에 곁들여 가미된 이야기가 다윗과 미갈 공주의 러브스토리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 왕과 왕비가 되는 러브스토리는 이 작품을 예쁘게 포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윗이야기라는 소재 자체가 갖고 있는 종교적 색채가 워낙 강하다보니 그다지 강한 흡입력을 갖진 못한다. <더 킹>은 기본적으로 ‘인간’ 다윗의 용맹과 사랑보다는 ‘하나님’의 권위에 초점을 둔 작품인 것이다. 기술적인 완성도의 부족도 문제지만, 이것이 철저한 각색을 바탕으로 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모방함에 있어서 충실치 못했던 점이라 할 수 있다.
<더 킹>의 그림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표정과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적절한 곳에 주제가를 넣고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가미하는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몇 가지 특징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더 킹>은 전체적으로 스펙터클이 취약하고 캐릭터의 매력 또한 적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분위기만 따오고 정작 캐릭터에 대한 생생한 묘사라든가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는 능력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더 킹>은 ‘영화로 보는 성경 한 토막’은 될지 몰라도 ‘성경에서 이야기를 따온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은 되지 못한다.
최수임 기자 sooee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