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여느 뉴스와 별다를 바 없는 뉴스가 방송된다. 40대의 탈옥자가 벌이는 인질극, 편의점을 습격한 10대 청소년들, 동물원에서 탈출한 흑곰. 그런데 마지막 날씨 부분에 들어갈 영상이 없어 지난해에 찍어뒀던 소스를 쓰게 되고 그 영상은 예기치 못한 것들을 보여준다.
뉴스는 ‘정말로 일어난 일’을 보도하지만 그 앞뒤 정황이나 맥락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실’을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뉴스와, 그 뉴스의 이면에 있는 상황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그 전체적인 사실, 즉 하나의 이야기에 대해서 언급한다.
영화는 뉴스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성하였지만 종반부에서 뉴스의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날씨 부분의 영상을 지난해 것으로 대체하여 방영하는 과정에서, 제각각 보도되던 뉴스의 사건들은 문맥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과 소식들을 접하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뉴스카메라의 이면에, 그리고 그게 뉴스‘거리’가 되기 이전의 정황들에 대해 이 영화는 주의깊은 시선을 가진다. 그리고 그 시선은 매일매일 들려오는 뉴스의 가십거리들만 먹고사는 관객, 즉 시청자에게 의미있는 물음표로 숙제처럼 던져진다.
<돌고돌고>
도심 속의 여러 사람들이 스치고 또 스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부부, 소매치기 꼬마와 자장면 배달부, 임신한 여고생 등. 서로를 모르는 이 사람들은 우연히 스치게 되고 서로의 삶에 작은 파장을 남기면서 그렇게 또 삶을 살아간다.
카메라는 전지적인 시점으로 여러 사람의 삶을 교차해서 조명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와 상황을 지니고 있듯, 영화의 인물들은 복잡한 교차로를 지나치듯 종횡으로 얽혔다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말 그대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끝까지 서로에 대해서는 타인이다.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지녔으되 다른 등장인물에게는 재수없이 잠깐 스치는 타인일 뿐이다. 그리고 이 지형도를 파악할 권리가 주어지는 관객도 실제 삶에서는 영화의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과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얽히고 설키면서 살아간다.
제목처럼 사람들은 돌고 돈다. 그러나 서로를 알게 되기까지 그들은 결코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에서 보이는 우연은 관조적이고 다소 자조적이기도 하다.
<거울 3+3>
여러 삶의 모습들이 단편적으로 보여진다. 비디오가게 주인 아줌마와 길가는 행인, 남창과 여선생, 왕따당하는 고등학생, 살인자와 피해자 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짝을 지어 대구를 이룬다. 야단치는 사람과 야단맞는 사람, 지불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구타하는 사람과 맞는 사람, 죽이는 사람과 죽는 사람 등. 두 인물의 관계는 단편적으로 보여지지만 다음 인물들의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는 꼭 연결고리가 있다. 말하자면, 비디오가게 아줌마와 행인이 승강이하고 있을 때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이 남창이고 그와 관계맺는 사람은 여선생이며 그 여선생이 수업을 하던 교실에서 폭행이 일어나는 식이다. 급기야 영화는 별다른 의도없는 살인장면으로 이어지는데, 그 주인공들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 거울을 통해 마주보듯 서 있던 두 사람이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다음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그냥 그렇게, 자신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정보만 허용하며 결국은 마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이미지로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머무른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